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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달’, 그리고 김원희>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3. 6. 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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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드라마에서 찾기 어려운 장르가 한 지붕 세 가족’, ‘달동네서울의 달로 대표되는 서민드라마와 그리고 전원일기로 대표되는 농촌드라마입니다. 후자는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고 노스탤지어를 소환할 수 있다는 예전의 감흥이 농촌의 인구소멸과 귀향텃세라는 감정억제기 때문에 소멸되었고, 마침내 시청률의 보장이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전이되어서, 결과적으로 농촌드라마의 제작기피로 귀결되었다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전자, 즉 서민드라마가 실종되었는지 그 이유가 아리송합니다. 재개발열풍으로 달동네가 사라진 배경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최근의 드라마 제작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구조적 원인이 그 이유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최근 드라마는 유달리 여성작가가 많고 여성취향에 부응하는 드라마가 많습니다. 영앤리치(young & rich), 게다가 핸섬가이(handsome guy)인 남자 주인공(일명 실장님’)이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비현실적인 플롯이 보편화 되는 등 도무지 현실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판타지가 대세가 된 현실이 서민드라마가 실종된 이유라 봅니다. 물론 달리 그 원인을 찾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일일드라마 서울 뚝배기’, 그리고 주말드라마로 서울의 달이 서민드라마의 간판격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달은 시골 출신으로 상경한 두 청년 홍식(한석규 분)과 춘섭의 야망과 좌절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둘은 영숙(채시라 분)을 두고 경쟁을 합니다. 처음에는 한석규가 이기는 듯하다가 돈 많은 다른 여성에게 이끌려가고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반면, 최민식은 한석규와의 경쟁에서 패했지만, 채시라를 늘 마음에 두고 멀리에서만 바라보는 어정쩡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순박한 시골처녀로 김원희가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RnA3QOkaA

     

    김원희의 등장 이전에 최민식은 사랑의 경쟁에서도 패하고 제비족으로의 변신도 실패하면서, 낙담하고 귀향하려는 상황이었습니다. 비굴할 정도로 끈질긴 김원희의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사랑도 결실을 맺고 더불어 사업이 번성하면서 인생의 전기를 잡습니다. 파국에서 비극으로 이어진 한석규의 사정과 달리 대반전이 일어난 셈입니다. 최민식은 사랑과 야망을 모두 얻은 진정한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복병으로 등장했던 김원희는 극중에서 복덩이로 상큼한 변신을 한 셈입니다. 유달리 까무잡잡한 얼굴에 코맹맹이 비음이 섞인 귀여운 애교덩어리 김원희는 국민여동생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본명보다 호순이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우리의 드라마사를 보더라도 극중 히트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여로의 장욱제는 아직도 영구라 불리고 있으며, 고 이성웅은 극중 이름인 마영달로 한때 개명을 했습니다. 김민희는 아예 똑순이라 오랜 기간 불렸습니다. 극중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는 모두 드라마가 대박을 낸 경우였습니다. 김원희가 호순이라 불렸다는 사실은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 자체의 인기가 뜨거웠다는 방증입니다.

     

    극중 제비로 분한 김영배가 춘 경부선춤은 전국을 강타했고, 마침내 그는 음반까지 취입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근엄한 신사 이미지의 백윤식은 미술 선생님으로 분하여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백치미 윤미라의 코믹연기도 인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당초 꾸숑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린 최민식은 어느 날 갑자기 춘섭이최민식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들 중에서도 옷걸이로 유명한 김용건의 파격변신, 이대근의 구수한 코믹연기 등 온 국민을 웃게 만든 것이 서울의 달이었습니다.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준 지존파일당이 극중 홍식으로 분한 한석규를 동경했다는 뉴스가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주연배우만이 주목을 받습니다. 호순이 김원희는 주연이 아니었습니다. 주조연배우였습니다. 그러나 김원희는 주연인 최민식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왜 최민식이 귀여운 김원희를 괴롭히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칠 정도로 김원희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서울의 달의 호순이가 아니라면 오늘의 김원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갓 여고를 졸업한 듯한 어리고 귀여운 인상의 김원희는 이제 50이 넘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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