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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서범의 이 노래 : ‘불놀이야’>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8. 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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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불꽃송이 꼬리를 물고 동그라미 그려 너의 꿈을 띄워봐.

    저들판 사이로 가며 내 마음의 창을 열고 두 팔을 벌려서 돌면

    야 불이 춤춘다. 불놀이야!

     

    록음악의 묘미는 드럼의 거친 비트와 전자기타의 현란한 음향입니다. 1980년대까지는 록음악이 청년들에게는 갈채를 받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학가를 중심으로 저항정신이 모토인 록음악이 그룹사운드라는 이름으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각종 가요제에서 그룹사운드가 출전가수의 명단에 꼭 존재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절을 말한다면, 홍서범이 북을 치고 장구를 쳤던 원맨 밴드에 가까웠던 옥슨80’불놀이야를 뺄 수가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ablsqW5vY

     

    그 시절에 흥얼거리면서 따라부르던 불놀이야의 가사를 적어놓고 보면 한마디로 세월의 흐름과 그 흘러간 세월의 무상함을 저절로 느끼게 됩니다. ‘꼬마 불꽃송이 꼬리를 물고 동그라미 그려는 쥐불놀이를 하면서 빙빙 쥐불을 돌리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그 시절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논과 밭에 서식하던 벌레를 죽이는 차원에서 쥐불놀이가 성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노래는 쥐불놀이야로 제목을 짓는 것이 가사와 일치합니다. 그러나 쥐불놀이라는 어감은 뭔가 록음악의 소재로 어색합니다. 그냥 불놀이가 잘 어울립니다.

     

    당시에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던 록음악의 소재로 쥐불놀이가 쓰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노래는 세월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 대중가요 중에서 쥐불놀이를 소재로 사용한 곡 자체도 없거니와 쥐불놀이를 소재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옥슨80을 이끌던 홍서범의 불놀이야는 당시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명곡입니다. 한국에서도 록이 있다는 것을 과시할 만한 곡입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홍서범은 신들린 듯한 기타연주를 하면서 거친 호흡으로 록의 바다에 빠져서 불놀이야를 불렀습니다. 빠른 비트의 기타연주는 묘한 쾌감을 넘어 공감으로 이끌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헤어밴드를 하면서 젊음 그 자체임을 과시했던 홍서범은 중년의 아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록음악의 전사였던 홍서범은 코믹 캐릭터로 변신을 했습니다. 이휘재가 인기절정을 누리던 인생극장에서 코믹 캐릭터로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아낌이 없이 주는 나무로 변신을 했습니다. 과거에 불놀이야를 부르면서 신들린 듯한 기타연주를 펼치던 그 홍서범이 그냥 코미디언으로 변신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홍서범의 변신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20대가 아님에도 과거에 히트했던 록음악을 20대처럼 연주하는 것이 더 어색합니다. 아니 20대가 아님에도 20대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냥 철이 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1970년대의 한진희와 노주현도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청춘멜로물의 주연이 아니었고, 코믹연기로 변신하면서 생존의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왕년의 청춘스타를 불러주는 영화제작자도 없고, 드라마제작자도 없기에, 파격적인 변신을 선택했습니다. ‘엄근진의 대명사였던 백윤식은 망가진 역할을 선택했기에 배우의 생명을 연장했던 것입니다. 1980년대 책받침스타로 인기가 활활 타올랐던 피비 케이츠와 브룩 쉴즈는 아예 존재감이 없어졌으며, 소피 마르소는 이제 아줌마 역할이나 할머니 역할로 전락했습니다. 그나마 영화에서 보기도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법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본인은 변하지 않았다는 정신승리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 즉 나이를 먹었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르지 않고 본인이 늙지 않았다면 나이는 숫자라는 말 자체가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성향이나 버릇은 여든이 가도 세 살의 버릇이 유지될 수 있지만, 세 살을 먹은 사람과 여든을 먹은 사람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기대수준은 하늘과 땅만큼 변하기 때문입니다. 여든까지 가는 버릇이라는 말은 나이값을 못한다는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홍서범이 코미디언 비스므레하게 변신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공자가 이미 2,500년 전에 깨달은 것처럼,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 것에 초탈하기가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록음악의 전위부대로 불놀이야를 부르던 록가수가 망가지는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은 고뇌의 결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홍서범의 변신과 무관하게 그 옛날 전자기타를 신들린 것처럼 연주하면서 불놀이야를 열창하던 옥슨80’의 리드보컬 홍서범은 팬들의 추억속에서는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추억의 위대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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