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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명석 이야기>
    7080 인물 2023. 9. 28.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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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누구나 아는 속담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사람은 사후뿐만이 아니라 생전에도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 더 현실에 부합합니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타인의 평가를 의미합니다.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업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그 업적에 대하여 타인의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업적이란 학업, 직업 등 누구나 거치는 인생항로와 그 수행과정의 결과입니다.

     

    학업성적이라는 업적은 입시결과로 이어지고, 근무평가라는 업적은 승진과 인사이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업적 중에서 가장 냉혹하지만, 동시에 가장 정확한 평가가 필수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스포츠입니다. 프로스포츠는 프로선수의 입단부터 퇴단까지 끊임없이 수치화된 객관적인 업적평가가 필수적입니다. 프로스포츠단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가 프로선수들의 업적평가입니다. 일별로, 월별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업적을 평가합니다. 프로구단 중에서 직원들의 일부를 아예 스포츠통계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입니다.

     

    프로스포츠 천국인 미국의 프로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면 각 선수들의 스탯의 분석, 그리고 승부처나 주요장면마다 적시에 표시되는 과거 장면의 플래시백이 저절로 감탄을 부릅니다. 시합도 프로이지만, 중계도 프로라는 탄식을 절로 하게 됩니다. 프로복싱에서 복서가 발사한(launched) 펀치와 도달한(landed) 펀치를 정확하게 세서 방송화면에 표시하는 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의 프로스포츠 중계방송에서는 일반적이었습니다. 한국은 그 시절은 물론 지금도 없습니다. 미국은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프로스포츠단의 구성 및 운영은 물론 방송국의 중계에 있어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과거 1970년대 국가대표 축구선수 중에서 부지런한 선수라는 별명이 붙은 이영무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축구에서는 왕성한 활동량이 축구선수의 덕목이었고, 이는 주요한 업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요즘과 같이 스포츠과학의 힘을 빌어 일반화된 정확한 스탯을 통한 업적의 평가는 없었습니다. 그냥 현장에서의 눈대중을 통한 평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 선수들의 몸에 전자감응장치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활동량을 전산화하여 컴퓨터화면에 표기합니다. 물론 이 방법은 프로축구가 활성화된 유럽에서 보편화하였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스포츠영역에서 전산화를 통한 정밀한 평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본래부터 통계 스포츠의 대명사인 야구에 있어서 본격적인 과학적통계의 활용은 의외로 꽤 늦었습니다. 야구에 있어서 통계혁명으로까지 부를 정도로 현대야구의 정립에 기여한 바가 큰 이 과학적 통계를 세이버메트릭스라 합니다. 긴 명칭은 언제나 줄이기 마련이며, 보통 세이버지수또는 그냥 세이버라고만 합니다. 아무튼 이제 메이저리그 야구단을 운영하는 단장은 세이버메트릭스에 능한 세이버메트리션으로 필수적으로 변신하여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단장 중에서 월가에서 각종 금융상품을 설계했던 통계 및 수리전문가가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바로 세이버입니다. 세이버의 보편화는 클래식스탯만 알고 있으면서 구식야구를 고수하는 야구인, 그리고 야구해설자가 쇠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박찬호의 활약 이후 국내에도 메이저리그 덕후들이 대거 양산이 되었습니다. 그 덕후들은 각종 야구커뮤니티에서 미친 듯한 활약을 하였고, 그 덕후들의 일부가 2010년대 이후 본고장 미국에서 각광받던 세이버를 야구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이버를 본격적으로 각종 스포츠방송이 주목을 한 계기가 바로 당시 스포츠케이블방송에서 메이저리그 해설을 했던 차명석이 방송중에 소개를 하면서부터입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대가송재우가 차명석의 소개 이전에 세이버 자체에 대하여는 이미 상세한 해설을 했지만, 입담이 출중한 차명석의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 세이버는 이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마침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차명석이 자기 이름과 같이 명석한 사람임을 증명한 계기가 바로 이 세이버이기도 합니다.

     

    차명석이 세이버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이전까지는 야구인들은 투수는 승률과 평균자책점(일명 방어율’), 삼진 등의 클래식스탯에, 타자는 타율과 홈런, 타점 등의 클래식스탯에 올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이버를 접한 덕후들의 지적과 이를 주목한 차명석 등 야구인들은 클래식스탯의 숫자상의 함정을 지적하였습니다. 점수게임인 야구에서 점수와 직결되는 단타와 홈런을 동일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불합리합니다. 이는 같은 타율과 같은 클래식스탯이면서도 트레이 힐만 전 SK와이번스 감독이 강조한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한 수치)의 효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세이버의 하나인 wrc+는 타자의 득점창출능력을, WAR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차명석은 선수로서는 레전드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해설로서는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코믹이 바탕이 되면서도 난해한 세이버의 정밀성을 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우수한 두뇌와 더불어 엄청난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해설위원으로 성공하는 것은 엄청난 경쟁을 통과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무기, 나아가 LG트윈스의 단장으로 등극한 무기는 단연 세이버의 철저한 이해의 결과입니다. 어느 분야든 상위업적을 낸 인물들은 부단한 노력과 우수한 두뇌가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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