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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숙의 이 노래 :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4. 2. 1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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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가는 대표적인 대중예술로서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대중가요는 곡중 자아의 서정을 노래로 표현하고 간접적으로 곡의 소재로 쓰이는 것이 보통인데 반하여, 현숙의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1970년대말 한국의 경제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례적인 곡입니다.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던 박정희 정부 시절로 외화벌이에 국가역량이 몰입된 시기였습니다.

     

    서독에 광부, 간호사를 파견하고, 중동붐을 맞아 건설근로자가 대거 파견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는 바로 이 중동에 외화벌이를 떠나 간 남편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은, 마치 캠페인송이 연상되는 대중가요입니다. 당시 한국은 총화단결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획일적 수용이 사회적 미덕으로 인정되는 전체주의국가에 근접하였습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은 국민이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대로 따라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외화벌이의 역군’, ‘수출만이 살 길이다.’, ‘수출 100억불 달성등 당시 국가정책인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지지하는 일련의 구호가 각급 학교에서 주요 학습내용으로 당연시되던 시절이었고, 그 일환으로 글짓기, 포스터그리기, 표어짓기 등의 활동까지 권장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였기에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라는 노래가 가능했습니다. 요즘 아이돌에게 이런 류의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부른다면(물론 부를 일도 없지만), 각종 커뮤니티는 폭발할 것입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이니까 가능했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가사를 보면, 중동에서 고생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그 옛날의 대중가라도 요즘의 시대상보다는 오히려 바람직한 면이 보입니다. 요즘처럼 남편, 그리고 아버지가 인간ATM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걱정마세요. 염려마세요. 당신만을 사랑하니까라는 가사부터 뭔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아빠가 떠나신지 사계절이 갔는데

    낯선 곳 타국에서 얼마나 땀 흘리세요

    오늘도 보고파서 가족사진 옆에 놓고

    철이 공부시키면서 당신만을 그립니다

    염려마세요 건강하세요

    당신만을 사랑하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Ti7YSRiCir8

     

    옛날 사람들이 요즘 사람들보다 더 도덕적이라거나 의리와 애정이 돈독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을 하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이 유행가에서도 등장하는 대 낭만의 시대였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가부장이란 아버지의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권위와 존중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희생과 책임만을 남겨 두고 권위와 존중은 개나 줘라, 한다면 가부장의 굴레를 선택하는 남편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물론 서양에서도 광범위한 비혼의 물결은 근본적으로 희생, 그리고 사랑이 부족해서입니다. 현숙의 옛날 노래를 들으면서 시대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제가 꼰대의 나이를 먹어서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은 남편 노릇, 그리고 아버지 노릇하기 어려운 시대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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