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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수봉의 이 노래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3. 12. 3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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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정동의 여인심수봉은 인생 자체가 소설이자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대학가요제 출품곡 그때 그 사람은 심수봉 본인의 대표곡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용이 되었습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분답게 그때 그 사람도 사연이 파란만장합니다. 대학가요제에서는 정작 입상도 하지 못했던 곡, ‘그때 그 사람은 그 어떤 입상곡 못지않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아직까지도 심수봉의 대표곡이기도 합니다. 입상곡이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폭발한 곡은 그때 그 사람이 유일합니다.

     

    1978년 대학가요제를 본 기억이 있는 분들은 여대생이라기보다는 직장여성처럼 보이는 심민경(당시 심수봉의 본명)이 피아노를 치면서 트로트곡인 그때 그 사람을 열창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대학가요제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는데, 심수봉이 열창하는 바로 이 장면은 친구네 집에서 봤습니다. 당시 충남대생이던 친구 형님이 심수봉을 두고, ‘뭔 대학가요제에서 뽕짝을 부르냐?’ 하면서 의아해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대학가요제는 대학생의 축제답게 포크나 록이 대세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때 그 사람’, 그리고 심수봉의 인상이 강렬했습니다. 그 이후에 라디오에서 그때 그 사람은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심수봉은 ‘10.26사태이후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10.26사태 당시 궁정동 현장에서 초대가수로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사실상 죄인 아닌 죄인으로 활동금지처분을 당한 때문입니다. 박정희 정부시절 이른바 안가로 불리는 모처에 유명 여자연예인이 불려오는 것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0.26사태의 수사주재자인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가에 유명 여자연예인을 불렀습니다. 그 유명한 ‘O양 사건을 벌인 것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심수봉은 사실상의 연예활동 금지처분을 받아 행방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은 중정이니 안기부니 하는 권력기관이 공공연하게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연예인의 활동을 금지했던 야만의 시절이었습니다.

     

    심수봉이 오랜 잠행에서 벗어나 활동을 재개한 것은 바로 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궁정동 현장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심수봉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고, 심지어 재기가 불가능한 추억의 가수 정도로 인식이 되던 상황을 한방에 역전하는 노래가 바로 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였습니다. 트로트에 특화된 심수봉의 감성비음이 인상적인 목소리도 인상적이지만, 이 노래는 뭐니뭐니해도 가사가 당시의 남녀관 내지 시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남자는 자고로 사내대장부처럼 씩씩해야 하고, 여자는 다소곳하니 행동하다가 나이가 차면 신부수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시대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백수 미혼여성을 두고 신부수업 중이라는 표현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남자는 직장인, 여자는 전업주부가 당연시되던 시대였습니다.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 지으며 힘 없이 돌아서네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아 아아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https://www.youtube.com/watch?v=UPAh9mYz0Zc

     

    지금 가사를 음미해 봐도 여자는 수동적이고 남자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당시의 전형적인 여성상이 그려집니다. 당시에는 남자는 나비요, 여자는 꽃이라는 고식적인 도식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대학가 운동권에서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여성의 사회참여와 적극적인 활동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 무렵 총학생회 외에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비를 보조받아 활동하던 출범기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민해경이 부른 내 인생은 나의 것은 운동권 학생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여 운동권에서 각광(?)을 받곤 했습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는 심수봉 개인사는 물론 당시의 남녀관 내지 이성관을 아우르는 시대상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권의 동향(?)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유행가의 이면을 알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를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유행가는 당대의 시민과 호흡하여 만들어지고 불려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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