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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희의 이 노래 : ‘세월이 가면’>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4. 2.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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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s longa vita brevis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말과 무관하게 사는 분들이라도 박인환의 유작시 세월이 가면을 들으면 뭔가 가슴이 뭉클하고 정제되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시인이란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요술을 부리는 사람입니다. 또한 시인은 가슴 속에 침잠된 사랑과 낭만을 깨우는 텔레파시를 끊임없이 보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감성은 세월이 지나도 격세유전을 하면서 후대에도 이어집니다. 박인환 시인이 고인이 된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세월이 가면을 보거나 듣거나 관계없이 영혼이 깨는 것을 저절로 느낍니다. 그래서 예술은 길고 예술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는 가르침이 수 천년이 지나도 공감을 받나 봅니다.

     

    박인희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자연 그대로의 청아하고 맑은목소리의 가수입니다. 그가 부른 세월이 가면은 박인희의 진가를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는 명곡 중의 명곡입니다. 그 이전에 세월이 가면은 고 박인환 시인의 명시입니다. 곡을 빼고 가사만을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동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곡과 가사 모두 대중예술을 넘어 순수예술에 근접한 명작입니다. 예전 1970 ~ 80년대에 연습장이나 노트의 표제에 무수히 실린 시가 바로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목마와 숙녀입니다. 박인희가 불렀던 세월이 가면이 본래 박인환의 시였기에, 가사만을 들어도 괜히 가슴이 서늘해졌던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맑은 목소리의 대명사 박인희가 불렀기에 당연히 이 노래는 명곡 중의 명곡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5oXoRon05o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생존이 절박하고 혼돈이 일상이었던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0년대에 이렇게 후대에도 감성을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명시를 만드는 시재(試才)를 지닌 박인환이 명동의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쓴 시에 영혼을 울리는 곡을 즉석에서 입힌 이진섭의 역량이 빛나는 대중예술의 진수가 바로 이 세월이 가면입니다. 본래 이 노래는 다음 유튜브 드라마에서도 확인하듯이 나애심에게 갔던 노래를 박인희가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그러나 원곡가수보다 박인희 버전이 훨씬 원시와 궁합이 맞습니다. 그리고 박인희기에 세월이 가면이 빛이 납니다. ‘세월이 가면은 제목 그대로 세월이 아무리 갔어도 노래의 가치나 품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XIYidNr330&t=333s

     

    아이돌이 지배한 최근의 대중가요에서는 이렇게 당대의 명시에 곡을 입힌다는 발상이 없습니다. 오로지 상업성의 확인만이 작곡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오글거리고 뭔가 찌질하다는 MZ세대의 비난에도 올드보이들은 세월이 가면에서 볼 수 있는 충만한 아날로그감성으로 그 시대의 낭만을 호기롭게 내세울 수 있습니다. 실은 세월이 가면은 올드보이들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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