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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심초의 이 노래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3. 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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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몰라요!

     

    한때 국내 야구해설위원의 대명사로 불리던 고 하일성을 상징하는 어록입니다. 하일성은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면서, 야구도 인생처럼 9회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중계도중에 습관적으로 위의 말을 반복했습니다. 실은 하일성, 하면 야구팬들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바로 이 말을 연상할 정도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어록입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도 얄궂은 것이 인생입니다. 야구나 인생이나 예측이 어렵다는 하일성의 말은 본인에게도, 게다가 비극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야구해설위원의 대명사처럼 군림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던 하일성 본인의 비극적인 결말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하일성의 인생만을 예로 들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인생은 예측이 어려운 미지의 세계입니다. 또한 남에게 전개되었던 다이나믹한 인생은 실은 본인의 그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인생에 대하여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인생에 대하여 남에게 한 말은 본인에게도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훈계를 하거나 쓴소리를 하면 꼰대라는 그 타인의 반발 이전에, 본인이 내뱉은 훈계나 쓴소리가 부메랑처럼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얄궂은 상황에서 비극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단지 타인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함부로 훈계를 하거나 쓴소리를 하는 것은 개인주의가 보편화 된 서양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문화입니다. 장유유서라는 유교적 가치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메이와쿠(迷惑)라는 타인에게 끼치는 폐해 그 자체를 금지하는 일본의 사정을 보면 의문이 있습니다. 아무튼 타인에게 훈계를 넘어 악행을 삼가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 인연이 있던 사람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워하던 사람을 죽을 때까지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악행에 고통을 받았던 그 타인이나 가족 등 지인이 이제는 본인에게 잔인하게 되돌려 줄 수도 있습니다.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노래 자체도 고 김광섭 시인의 명시를 경쾌한 리듬으로 완성한 훌륭한 곡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두고두고 교훈을 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우연히 만났던 지인이 과거에 자신이 받은 도움에 고마움에 더하여 나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좋은 상황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을 우연한 기회에 재회하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인생의 단면입니다. 문제는 그 인연의 성격입니다. 그 타인이 자신에게 행한 행동 또는 그 반대로 본인이 했던 행동 때문에 의도치 않은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는 누구나 겪는 인생의 단면입니다. 고 김광섭 시인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이런 상황을 전제로 지은 시는 아닙니다. 그러나 시에서 설정한 상황은 실은 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인생 전반에 통용됩니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과거의 인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BQzMrr3fBw

     

    대중가요는 기본적으로 듣기 좋아서 듣고 따라부릅니다. 당연히 대중의 서정성에 주안점을 두고 만듭니다. 그래서 교훈이나 삶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유심초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마찬가지로 사람 간의 인연을 감성적으로 그린 고 김광섭 시인의 서정시에 곡을 입힌 노래입니다. 그러나 묘하게도 과거에 만났던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며, 과거 그 인연을 맺은 타인이 본인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인생의 교훈을 환기합니다. ‘선을 베풀면 반드시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는 가르침까지는 그만두고 타인에게 행한 행동이 언젠가 다시 우연히 만난 그 타인이 본인이 되돌려 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기에, 이 노래의 기묘한 가르침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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