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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복서 백인철>
    7080 인물 2024. 5. 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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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선 해설위원과의 만담중계로 유명한 송재익 캐스터의 중계방송 선배로 지금은 고인이 된 이철원 캐스터가 있었습니다. 송재익은 축구중계로 유명해졌지만, 실은 과거 1970년대 한국복싱 중흥기에는 ‘MBC권투에서 복싱을 전문적으로 중계했던 이철원의 보조캐스터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송재익은 이철원의 단골멘트 하나를 재활용(?) 했습니다. 그 멘트란 한국복싱계에서 미들급을 중량급(重量級)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미들급은 중량급(中量級)이 맞지만, 서양인에 비하여 떨어지는 한국인의 체형상 미들급은 중량급(重量級)으로 봐야한다, 라는 것이 이철원, 송재익 캐스터의 지론이었습니다. 바로 이 미들급에서는 유제두, 박종팔, 라경민, 이승순, 황준석 등 강타자가 계보를 이뤘습니다.

     

    유제두가 활약하던 1970년대를 이어 1980년대를 풍미한 철권으로 낭만펀치를 휘두른 복서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백인철입니다. 복싱은 말로 하는 것보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다음은 미들급의 강자 황충재를 누이고 세계타이틀에 도전까지 했던 황소주먹황준석과의 일전입니다. 여기에서 백인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인철은 맷집왕인 황준석을 휘청이게 만드는 철권을 과시했습니다. 정확한 잽으로 황준석의 기를 꺽었습니다. 그리고 펀치스피드도 대단했습니다. 당대 강펀치로 유명한 황준석의 주먹을 맞아도 끄떡이 없는 맷집도 지녔습니다. 그러나 박종팔과 마찬가지로 안면가드는 소홀했습니다. 이것이 백인철이 챔피언으로 군림하지 못한 원인이었습니다. 동양인 복서의 펀치는 감당이 가능했지만, 세계무대에서는 안면가드를 하지 않으면 곤란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cgTJoRvr4

     

    이 동영상은 미들급의 라이벌인 박종팔과의 일전입니다. 박종팔은 미들급, 그리고 백인철은 주니어미들급 또는 슈퍼웰터급으로 각각 활약하다가 나중에 백인철이 체급을 올렸습니다. 필연적으로 미들급의 터주대감 박종팔을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안면가드에 인색합니다. 강철턱으로 유명한 고 마빈 해글러도 안면가드는 칼같이 했는데, 이 둘은 무슨 배짱으로 안면가드를 안했는지 지금도 아리송합니다. 그래도 박종팔은 탈아시아급 스피드가 있어서 나름 세계타이틀도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전광석화같은 잽을 지닌 오벨 메히아스에게 두 번씩이나 KO패를 했습니다. 안면가드가 허술해서 잽을 무한대로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박종팔은 저질체력, 그리고 턱의 약점이라는 고질적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백인철에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HO3FSrD_E

     

    백인철은 미들급에서 역대급 강타자로 불리는 줄리안 잭슨에게 도전했으나 KO패를 당했습니다. 강타자이지만 동시에 저질맷집으로 KO도 잘 당했던 잭슨은 백인철의 주먹에 휘청이기도 했지만, 스피드로 무장한 잭슨의 발을 잡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당시 미들급의 정상급 복서들은 경량급 선수들 못지 않게 스피드가 출중했습니다. 미들급을 왜 미들급이라 부르는지 스피드로 보여줬습니다. 역대 동양인복서가 중량급 이상에서 서양인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지 못한 것은 단연 스피드 차이였습니다. 때리고 맞는 것이 대부분인 복싱은 의외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입니다. 상대의 주먹을 기술적으로 피하고 정타를 날리려면 스피드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QWsRFIqrx8

     

    백인철은 탈아시아급 파괴력을 지닌 복서였지만, 스피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복싱은 주먹으로 상대를 가격해서 승부를 보는 스포츠지만, 실제로는 주먹못지 않게 발도 중요합니다. 슈거레이 레너드가 전설적인 복서 듀란과 해글러, 그리고 헌즈를 잡은 비결은 단연 스피드였습니다. 그리고 두뇌회전도 뺄 수 없습니다. 의외로 복싱은 머리도 좋아야 합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순발력을 발휘하여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야 사각의 정글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백인철은 한계가 있는 복서였지만, 백인철의 존재로 인하여 그 시대의 사람들은 복싱의 즐거움을 맛봤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백인철을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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