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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호의 이 노래 : ‘날이 갈수록’>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4. 6. 2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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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을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야구선수들의 실력은 동료 야구선수들과 같은 야구인이 제일 정확하게 판단한다는 사실이,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지원자들의 실력을 짧은 순간임에도 최강야구선수들이 날카롭게 파악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레전드를 찍은 동료 야구선수들의 평가는 실은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학문이나 예술, 그리고 널리 직업인으로서 능력도 동료들의 평가는 대부분 정확합니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평가는 정확한 것이 실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호는 동료가수들로부터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성이 높습니다. 1980년대 명MC로 이름을 날린 이덕화가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MC를 하면서 갑자기 가수 김정호 군의 요절 소식을 애통해하면서 전하는 멘트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1980년대까지는 아무개 씨가 보편화 된 지금과 다르게 아무개 군이나 아무개 양이라는 호칭이 널리 쓰였습니다. 이덕화는 노래, , 연기, 그리고 MC 모두 능한 팔방미인인 연예인이자 당대 최고인기를 누리던 사람인데, 그와 비교하면 비교가 민망한 수준의 김정호를 극찬하는 것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김정호는 하얀 나비외에는 대중적으로 크게 날린 가수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호는 네임드 가수들이 총출동하여 추모앨범을 사후에 받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견하는듯한 내용이 가사에 담긴 다분히 자전적인 노래입니다. 특히 투병의 과정에서 천신만고 끝에 녹음을 했다는 감동의 스토리가 더해져서 날이 갈수록은 연민의 감정을 넘어 감동을 주는 곡입니다. 그리고 한을 쏟아내는 김정호 특유의 창법이 더해져서 노래의 가치와 깊이를 더하는 명곡입니다. ‘날이 갈수록은 김정호의 운명과 동화되어서인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릴 때 배경음악으로 꾸준히 삽입되어 김정호의 역량이 부각되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HW95_Z5sgQ

     

     

    가을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잔디 위엔 또다시 황금물결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 얼굴들

     

    릴케의 명시 가을날은 조락(凋落)이라는 자연현상을 그리면서도 낙엽을 죽음을 연상하는 소재로 활용합니다. 낙엽은 지는 꽃잎과 더불어 동서, 그리고 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을 연상케 하는 소재입니다. ‘날이 갈수록에서 떨어지는 가을낙엽은 실은 김정호 자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생전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생을 마감하면서 그리운 얼굴들을 차분히 정리하는 비극적인 시간을 노래한 것입니다. 이 노래를 만드는 순간에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확신했습니다. 죽음을 맞으면서도 예술혼을 불태운 감동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음에 직면했으면서도 식지 않는 김정호의 뜨거운 열정을 안타까워 하고, 그 엄청난 재능이 사라지는 것을 비통한 심정으로 동료가수들이 추모앨범을 제작한 것을 보면, 김정호는 비록 요절했어도 행복하게 하늘나라에서 그 앨범을 감상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호가 앨범에 남긴 그 열정은 세월이 꽤나 흐른 현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격언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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