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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 배우, 연규진>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4. 8. 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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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놈, 조준구다. 나쁜 놈!

     

    요즘은 그런 노인분들이 확실히 적지만, 예전 시골노인들은 TV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현실에서도 드라마 속의 인물과 동일한 성격과 인성을 지닌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오래전에 고인이 되신 제 할머님이 딱 그러셨습니다. 고 김영애와 함께 찍은 오뚜기카레’ CF속의 연규진을 TV에서 볼 때마다, 박경리 원작의 토지드라마에서 비열한 악인 조준구로 열연한 것을 떠올리며, 연규진을 꼭 조준구라 부르며 노기를 표출하셨습니다. 할머님이 진정 악역의 화신 조준구로 확신하실 만큼, 연규진은 극중 조준구에 녹아서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연규진은 조준구 역처럼 악역에 특화된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연규진은 카멜레온이라는 비유가 딱 맞는 변신의 귀재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신은 사극부터 시대극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보여줬습니다. 사극에서는 학정에 시달리는 순박한 농민으로 분하는가 하면, 악질 원님의 수족 이방으로 분해서 여덟 팔자 수염을 달고 백성을 닦달하기도 했습니다. 시대극에서는 전술한 조준구로 분해서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아픔을 형상화하였습니다. ‘똠방각하라는 전 국민 드라마에서 열연하기도 했으며, ‘형사라는 드라마에서는 베테랑 형사로 분하여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을 잡는 눈썰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드라마 속에서 노래와 춤을 곁들이는 연기에서는 발군의 가무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진정 탤런트인 배우입니다.

     

    연규진은 주조연이나 조연 전문배우입니다. 중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아니기에, 주연급으로 쓰기는 어려운 배우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연기가 출중하기에 조연 전문배우이면서도 오랜 세월 배우로 연기를 펼쳤습니다. 상투적인 비유지만, 오랜 기간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데, 배우로서의 연기력이 출중하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꾸준히 캐스팅이 된 것입니다. 연규진은 전속탤런트 시대를 거친 배우입니다. 1980년대 이전에는 각 방송국마다 전속탤런트 제도가 존재하여 공채 탤런트를 뽑던 시절이 존재했습니다. 전속탤런트는 일정 기간 전속기간이 설정되어 단역 등의 출연이 보장되었지만, 연기력이 떨어지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됩니다. 전속기간 이후에도 꾸준히 각 방송국을 넘나들면서 캐스팅이 된다는 것은 모든 방송국이 연기력을 확신했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시청자의 검증도 통과했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그런데 연규진은 그 오랜 기간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로 찌질하고 어리숙하고 소박한 서민을 연기했습니다. 형사나 이방 등 하급관리나 말단공무원 등을 했지만, 정승, 판서, 장관이나 장성 또는 국회의원 등 고위직의 배역은 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중후한 인상의 유동근이 왕의 눈물에서 태종으로 열연한 것을 비롯하여 고위직 전문배우로 활약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가 크게 인기를 끈 달동네에서도 뭔가 찌질한 배역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기를 누렸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드라마에서 멀어질 무렵, 그는 당대의 미녀 한가인을 며느리로 맞았다는 뉴스로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거액의 부를 축적하여 재산이 수백억이네 수천억이네 하는 말이 오갈 정도로 부자라고 하여 말년에 대반전을 썼습니다. 물려받은 유산에 더하여 부동산 투자의 귀재로 축적한 부가 엄청나서 슈퍼카와 거액의 저택을 소유했다는 뉴스로 평생 서민 전문배우로 활약한 배우커리어를 단박에 뒤집는 대반전을 쓴 것입니다. 그러나 연규진이 재테크를 잘해서 연기를 잘한 것은 아니며, 양자는 무관합니다. 국민은 그를 배우연규진으로 기억하는 것이지, ‘부자연규진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가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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