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와 ‘과학닌자대’사이에서>

 

1978년 5월 대전문화국민학교 학생들은 대전 공설운동장 축구장에서 자매학교인 일본의 어느 소학교 축구대표선수들과 친선경기를 벌이는 자신들의 학교 축구대표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응원에서 응원가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전문화국민학교 학생들은 당시에 절정의 인기를 끌던 ‘마징가 Z'를 응원했습니다. 목이 터져라 불렀습니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 Z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

 

 

학생들이 목이 터져라 부르던 문제의 ‘마징가 Z' 주제가가 끝나자 관중석 건녀편에서 일본 소학교 응원단들이 일본어로 ’마징가 Z'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초등학교 학생들은 한참이나 얼음이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도 어렴풋이 ‘마징가 Z’가 일본 것임을 알았습니다. 당시에 왜 그렇게나 쪽이 팔리고 자존심이 상하던지 무려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당시의 당황스러움이 새롭습니다.

 

 

空にそびえる　くろがねの城 ( 하늘에 우뚝솟은 강철의 성)

ス-パ-ロボット　マジンガ-Ｚ(슈퍼로봇 마징가Z)

無敵の力は　ぼくらのために(무적의 힘은 우리들을 위해서)

正義の心を パイルダ-オン(정의의 마음을 파일다~온!)

 

 

당시는 친선축구도 일본에게는 지면 난리가 나는 상황이었기에 지금은 나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일본만화영화를 그대로 수입하면서 주제가까지 그대로 베끼고는 한국인이 지은 것인 양 거짓말을 한 것은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21세기 혐한을 일삼는 일본인들의 단골 레파토리가 한국인은 지적재산권 도적질이 습관적인 나라라는 것인데, 이 시기에 도적질을 일삼은 사람들 중에서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 또한 비극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양심을 속이기에 가장 나쁜 것입니다.

 

 

이 시기에 만화영화 주제가를 그대로 베낀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수리 5형제’입니다. ‘과학닌자대’가 원작인지라 번역을 ‘독수리 5형제’로 한 것은 두고두고 무리를 낳았습니다. 조류는 분명 맞는데, 왜 5남매를 전부 독수리라 했는지 당시에도 웅성거림은 있었습니다. 지구를 지키기에는 화력도 무척이나 엉성했지만, 뭔가 아방가르드한 세련된 비쥬얼로 아이들의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망토와 헬멧의 멋진 비쥬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E_aD--3jRA

 

 

 

지금 들어보면, 우렁찬 목소리의 김봉환과 민경옥이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독수리 5형제’의 인기도 인기였지만, 이 주제가는 전국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슬프게도 이 노래는 원곡의 가사까지 대부분 베꼈습니다. 원곡을 부른 것은 사사키 이사오로 ‘은하철도 999’와 ‘우주전함 야마토’, ‘캐산’ 등을 부른 바로 그 가수입니다. 일본 애니영화가수의 대표주자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영화가수인 김봉환과 민경옥의 목소리가 그에 뒤지지 않아서 그나마 건질만한 자부심입니다.

 

 

 

중후하고 안정적인 사사키 이사오의 젊은 시절의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원곡 자체가 가벼운 곡 때문인지 사사키 이사오의 목소리가 아닌 듯 합니다. 아무튼 이 ‘과학닌자대’의 곡은 NHK애니송 특집쇼의 대미를 장식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간판 애니영화 주제가입니다. 예전에는 한국은 무작정 일본을 베끼기에 급급했는데, 이제 거꾸로 일본에서 한국을 베끼는 경우가 빈번하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x0vhpG3lLc&t=78s

 

 

https://www.youtube.com/watch?v=H0LYxN6Lk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