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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 이야기>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1. 6. 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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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TV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내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사려는 의사가 전혀 없기에, 요즘처럼 TV속의 청춘스타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무심코 지나치는 일이 또 반복될 듯싶다. 처음에 TV를 치웠을 때는 TV가 없으면 세상이 허무해서 어찌 사나 하는 상실감과 허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제목처럼 ‘상실의 시대’를 사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한 7년 정도 TV를 안 보고 살다보니 여직원에게 청춘스타들에 대하여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할 정도로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에 대하여는 숙맥이 되어버렸다. 연예인을 잘 모르면 왜 국외자(요즘 말로 적나라하게 말하면 ‘왕따’)가 되어야 하는 반감도 적지 않지만, TV를 안보면서부터 자의반타의반 국외자가 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어쩌다가 식당에라도 가다가 TV속의 여자 연예인을 보면 이질감이 물씬 밀려오는데, 그 원인 중에서는 무엇보다도 어찌 그리 판박이처럼 똑같은가 하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느낌이 단연 그 첫째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른바 ‘걸그룹’의 멤버들은 옷차림부터, 코, 눈부터 긴 생머리, 날씬한 다리까지의 대부분의 외모가 붕어빵처럼 거의 비슷하다. 옷차림의 유사한 컨셉은 이해라도 할 수는 있지만, 외모 자체가 붕어빵같은 것은 도무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걸그룹의 멤버들 자체가 다분히 거북한 ‘인조인간’이라는 말보다 ‘인조미녀’가 딱 맞는 상황에서 기인하였다고 본다. 언필칭 ‘연예산업’이 뜬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유형의 미녀캐릭터의 창출에 있어서는 그다지 신통하지 않다. 그런데 성형미녀의 맹위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꼭 나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나는 TV속의 미녀를 구분할 때, 성형산업이 태동하던 80년대 이후를 ‘디지털 미녀시대’ 명명하고, 70년대 이전을 ‘아날로그 미녀시대’라 명명한다. 물론 '디지털 미녀시대’니 ‘아날로그 미녀시대’니 하는 것은 내가 만든 신조어이기에, 그 뒤에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위에서 적은 걸그룹 멤버들이 외모를 유사하게 성형한 것은 이 시대의 미녀기준이 그렇기에 그렇게 성형한 것이라 이해하여야 한다. 그렇다. 디지털 미녀시대의 도래는 실은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미녀기준, 즉 공통된 가치관에 충실한 결과로 풀이함이 옳다. 결국 이런 논리를 따르자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미녀에 대한 가치관이 공통적으로 추출되어 나타난 것의 총아가 걸그룹, 나아가 미스코리아 등 각종 성형미녀들의 외모라 이해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그렇기에 국화빵 미녀의 등장도 필연적인 면이 일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정도 되면 마치 양식어류에 물려서 자연산 어류를 찾는 것처럼,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아날로그 미녀를 찾는 자연스러운 속성이 부지불식 튀어나온다. 실은 미녀의 영역만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디지털의 기술이 진보를 거듭할수록 사람에게는 아날로그시절의 추억이 더 진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미녀에 대한 선호는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영장류를 넘어 포유류 일반에게까지 확대되는 본능적인 성향이라는 연구결과는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았던 영화속에서 주연배우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주연배우는 대부분 미남과 미녀만을 뽑는다. 그것은 위에서 본 ‘아름다운 사람’을 선호하는 사람의 본성과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 본격적으로 영화계의 미녀가 등장했던 1970년대의 아날로그 미녀 중에서 가장 빼어난 미녀를 꼽으라면, 나는 조금도 지체함이 없이 정윤희를 꼽을 것이다. 나는 유지인, 장미희를 함께 묶어서 ‘트로이카 체제’라 불리는 것에 무척 불만이 많다. 적어도 위 두 사람은 정윤희의 미모에 한참이나 떨어진다고 생각하기에 70년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윤희 에로이카 체제’라 명명함이 정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정윤희의 미모는 군계일학이었다. 요즘의 배우처럼 콧날이 인위적으로 세워서 오똑한 것도 아니고, 입술도 날렵하지도 않고 도톰한 것이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미녀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윤희의 미모다. 요즘의 배우 중에서는 브룩 쉴즈처럼 ‘쭉쭉빵빵 사이즈’의 미녀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여성들의 발육상태에서 기인한 때문인지 마릴린 먼로처럼 ‘아담 사이즈’의 미녀가 우리 땅에서는 대세였기에, 그 조건을 200% 충족한 정윤희의 미모가 빛이 나는 것은 아마도 필연지사일 듯싶다.

     

    그러나 정윤희는 연기가 별로 안 되는 배우였다. 실은 장미희나 유지인에 비하면 연기력이 꽤나 떨어졌다. 발성에서부터 연기의 몰입도, 표정의 세심한 처리 등 연기자가 구비하여야 할 요소가 많이 부족했다. 영화속의 캐릭터의 창조력에 있어서도 꽤나 떨어진다. 장미희처럼 연기속에서 카리스마를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정윤희 본인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정윤희는 백치미가 빛이 나는 배우이다. 유지인처럼 이지적인 풍모를 찾기가 어렵다. 배우라는 면만 한정해서 보자면, 다른 두 사람에 비하여 격이 떨어진다. 정윤희를 일컬어 ‘시대를 대표하는 미녀’라고는 하지만, ‘국민 배우’라는 호칭은 그에게서 불리어진 적이 없는데, 이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70년대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미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정윤희를 꼽는다. '바밤바 CF'에서 세일러복을 입고 윙크를 하면서 함빡 웃는 정윤희의 미모는 나처럼 70년대를 살았던 남자들의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청사진이자, 로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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