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엄니’ 김수미의 어제와 오늘 : 브라운관TV시대에서 OLED TV시대로>

요즘은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1980년에 시작했던 국민드라마 ‘전원일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올드보이들은 과거의 향수를 소환하기에 좋고, 영보이들은 요즘에 보기 힘든 과거드라마를 보면서 이채롭고 신선한 자극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케이블방송에서는 신규드라마 제작의 비용이 어려운데 고정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기에, 즉 누이와 매부를 넘어 시누이까지 좋아서 그런 것입니다.

 

‘전원일기’는 최불암, 김혜자 부부가 형식상은 주연이지만, 출연배우 모두가 주연인 가족드라마이자 마을드라마입니다. 그래도 ‘전원일기’에서는 주요 출연진은 있으며, 그 중에서 뺄 수 없는 배우가 김수미입니다. ‘일용엄니’에서 ‘국민엄니’로 맹활약한 김수미는 노인특화배우로 아직까지 존재감을 과시하는 명배우입니다. 과거 드라마를 보면, 요즘에는 전혀 볼 수 없는 배우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데,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을 한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경쟁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원일기’ 속의 김수미를 유심히 보면, 익숙하고 찰진 노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분장이 어색하고 엉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던 노인분장이 21세기 OLED TV시대에는 어색하고 엉성한 점이 두드러지고 눈에 거슬릴 정도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드라마의 퀄리티라는 드라마제작의 인프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김수미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 제작의 발전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KBS PD협회장을 지낸 고찬수 PD는 제 고교 동문입니다. 저와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인상적인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 같은 선수들(PD 등 드라마 제작진)은 드라마를 볼 때 꼭 그 드라마의 견적을 짜는 일종의 직업병이 있어. 요즘 JTBC, TVN 등이 만드는 드라마는 우리 KBS가 만드는 드라마제작비의 거의 두 배는 쓰는 것 같아. 정말 퀼리티가 대단해.”

현직 PD의 현장감이 넘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다른 외주제작사의 PD와 사장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합니다.

 

‘전원일기’는 매주 방영을 했습니다. 김회장 댁으로 등장하는 최불암의 집은 방송국 내 세트입니다. 엉성하다 못해 초라한 수준입니다. 요즘 이렇게 드라마를 만들면 그냥 망합니다. 과거에는 공중파방송국 외에 드라마를 볼 수가 없는 독과점체제이기에, 방송국은 허접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그냥 쉽게 드라마를 만들었고 시청자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드라마는 제작인프라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분장술에서도 일천했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베이스인 배우들의 분장술이 과거에 열악했다는 점을 ‘전원일기’ 속의 ‘일용엄니’ 김수미를 보면 확연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스케일이 큰 부분, 가령 CG로 현실감을 높이는 최근의 드라마에 비하여 과거 배우들은 피아노줄로 액션연기를 해야 했다는 점은 누구나 지적은 하지만, 실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분장술에서부터 과거 드라마는 열악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원일기’를 보다보면, 배우들의 열정을 저절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전원일기’ 속의 ‘일용엄니’ 김수미를 요즘의 OLED TV의 정밀해상도의 화면으로 보면 노인이 아닌 것을 확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과거 드라마의 분장술은 엉성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 속 분장술의 정밀도가 높아졌고, 드라마에서도 CG가 본격적으로 등장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옛날드라마를 보면 투박하고 엉성한 과거 드라마제작환경을 느끼는 색다른(?) 즐거움을 감상하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9XXX-wRZ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