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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문학관 ‘소장수’, 그리고 이덕희>
    7080 배우/7080 여자배우 2021. 9. 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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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이 흘러도 드라마나 영화를 본 기억이 또렷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까까머리 시절인 1982년에 본 TV문학과 소장수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극중 주인공 소장수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이자 악당형 주인공입니다. 그에 반하여 순박하고 선한 여주인공은 여자라는 이유로 억압을 받고 폭력에 시달리는 비운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소장수자체가 비극입니다.

     

    카타르시스라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은 실은 비극에서 기원합니다. 눈물을 흘리고 나면 뭔가 맑아지고 개운한 정서가 바로 카타르시스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를 했습니다. 누구나 어려서 봤던 플란다스의 개가 전형적인 비극으로 슬픔이 고여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리고 나름 감정은 정화가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가치를 이런 점에서 봤습니다.

     

    그러나 비극은 인간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저절로 느끼게 합니다. 솔직히 카타르시스라는 감정보다 불편함과 작가에 대한 짜증이 더 불타오릅니다.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는 비극 전문가입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어둠의 쥬드였는데, 하디의 열혈 여성팬이 왜 자꾸 주인공을 죽이냐?’고 격렬히 항의를 하자 그 이후에는 집필을 포기하게 됩니다. 비극은 불편합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작가를 원망하는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여러 번 봤지만, 그 불편하고 짜증나는 감정은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소장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자기의 부인인 여자를 모질게 때리고 부려먹고 심지어는 도둑질까지 시키면서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는 냉혈한인 남자가 나중에야 잘못을 뉘우쳤을 때는 이미 여자는 죽었다는 무척이나 짜증나는 스토리입니다. 안소니 퀸의 걸작 라 스트라다와 대단히 유사한 플롯을 지녔습니다. 한편, ‘소장수를 구 시대의 여성착취의 전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구 시대 사람들이 모두 여자를 폭력으로 제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극을 봐도 안방마님(여자)의 지위가 사랑마님(남자)보다 사회적 지위가 약한 것은 아니고, 궁중암투 속의 여자들이 남자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상제의 차별과는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보수적인 경상도 양반가를 배경으로 한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보더라도 여장부가 대지주이자 주인공입니다.

     

    소장수는 스토리가 탄탄하기에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모두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영화보다 드라마가 더 성공을 했습니다. TV문학관에서 방영한 소장수는 작품의 길이나 수채화 같은 서정을 담은 화면구성을 보더라도 영화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연배우가 작품을 빛나게 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김성겸이고, 여자주인공은 이덕희인데, 이 둘은 연기가 훌륭하다는 점 외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배우이면서 각종 인터뷰나 토크쇼에 얼굴을 알리는 것을 기피하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그것입니다.

     

    평생 연기만 했던 김성겸은 그 흔한 토크쇼에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오로지 연기에만 매진하는 사람이며, 이덕희도 청순가련형의 전형적인 순박한 여인상을 구현하면서도 그 흔한 선데이서울과 같은 주간지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독한 연기자입니다. 그만큼 그 둘은 연기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TV문학과 소장수가 성공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구비한 셈입니다. 까까머리 시절에 본 소장수의 이덕희는 그렇게나 바보처럼 순박한 연기를 했기에, 실제로도 그런 성격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연기력이 발군이었습니다. 실은 청순가련형 연기에서 이덕희를 능가하는 여배우가 딱히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1980년대에 ‘TV문학관같이 돈이 안 되고도, 돈은 많이 드는 훌륭한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당시에는 소장수와 같이 예술성이 짙은 문예드라마도 제작을 했습니다. 시청료에 더하여 과점체제로 제작비 걱정을 하지 않는 당시의 사정이 역설적으로 이런 수작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odldnj4l8&t=375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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