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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희의 이 노래 : ‘이웃사촌’>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8. 1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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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가는 글자 그대로 유행(발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옥희가 1977년 발표했던 이웃사촌은 그 시대의 이웃의 초상을 그린 노래입니다. 아파트가 국민거주의 표준형이 아니던 단독주택이 대세이던 시절의 이웃은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사촌과도 비슷한 면이 실제로도 있었습니다. 이웃 간에 서로의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소상히 알 정도로 이웃 간에 왕래도 잦은 시대였습니다. 물론 시골이 그런 양상이 더욱 강했지만, 도시에서도 이웃 간에 김장을 담아주고, 연탄을 날라주고, 이사 오면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습니다.옥희의 이웃사촌이 탄생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옥희 스스로도 이웃사촌이라는 자신의 노래가 한국 가요사에 빛나는 명곡이라거나 눈에 띄는 대단한 곡조를 담은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은 옥희 스스로도 그 시대 한정으로는 인기가수였지만, 한국가요사의 한 획을 긋는 역대급가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옥희는 당시에 사촌처럼 이웃의 친밀감이 높았던 시대에 국민의 입방아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그것은 왕년의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과 요란한 연애행각을 하다가 결혼과 이혼소동을 벌인 가수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옥희와 홍수환의 요란한 연애행각은 당시 라디오의 정시 뉴스 첫머리에 등장하고, 9시 뉴스에서도 비중이 있게 다룰 정도로 국민관심사였습니다. 당시에 프로레슬링, 국가대표 축구와 더불어 프로복싱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홍수환이 카라스키야를 물리치고 45기의 신화를 남겼을 때, 온 국민의 환호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딱지에도 등장했고, 홍수환은 광화문에서 카퍼레이드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공중파 방송에서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은 주말 골든타임에 방영되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챔프 홍수환과의 연애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류현진이나 손흥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대 스포츠 스타 홍수환과 화끈한 연애행각을 벌일 정도로 옥희는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바로 이렇게 옥희에게 뜨거운 인기를 안겨 준 노래가 이 이웃사촌입니다. 멀리에 있는 친척보다 이웃이 사촌처럼 가깝다는 가사가 국민의 호응을 얻었기에 이 노래가 뜨거운 인기를 얻은 비결이기도 합니다.

     

    고독사, 내돈내산, 꼰대, 오지라퍼, 프로불편러

     

    위의 말들은 21세기 현재에 생긴 것으로서, 모두 남의 일에 참견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의미가 직·간접적으로 담긴 말입니다. 이웃이 사촌처럼 가까웠다는 그 시절에 항상 이웃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언을 한답시며 남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막말에 가까운 말을 서스럼이 없이 하거나, 기분이 나쁘게 받았던 말들을 고이 담아 나중에 흉을 보면서 되갚기도 했습니다. 나니까 하는 말이라면서 면박과 조언의 구분이 어려운 말을 하기도 했고, 이 말은 안하려고 했다고 하면서도 오랜 기간 참아왔던 싫은 소리를 화끈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웃이 사촌처럼 가깝지만은 않았기에 차츰 이웃이 무서워졌고, 이웃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웃이 잘 되면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보다 시기하고 질투하면서 개인의 흉을 찾는 데에 몰두한 이웃을 종종 봤으며, 이웃이 잘 안되면 위로를 빙자하면서 통쾌해 하는 이웃이 꼭 나타났습니다. 너만 알고 있으라면서 비밀을 털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동네에 퍼지는 황당한 아픔도 겪기도 했습니다.

     

    이웃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차츰 이웃은 그냥 근처에 사는 사람 정도로 멀리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가 국민주거의 표준으로 등극을 하면서 더욱 촉매가 되었습니다. 실제로도 21세기 현재 시점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거의 사어에 가깝습니다. ‘오지라퍼프로불편러라는 말로 남의 일에 신경을 쓰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오히려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고독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돈쭐이라는 말처럼 아프고 힘든 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근처에 사는 이웃만이 사촌이 아니라 누군가 나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이웃사촌이 아닐까 합니다. 아직은 사람냄새가 존재하는 공간이 바로 21세기 한국의 풍경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FLxvyC-T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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