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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은이와 길옥윤>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8. 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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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작곡가와 가수의 관계가 하나의 세트(!) 정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시춘과 이미자, 최종혁과 윤시내, 길옥윤과 패티김, 그리고 길옥윤과 혜은이, 신중현과 김추자, 이영훈과 이문세 등 작곡가와 가수 콤비가 의기투합해서 마치 작곡가가 특정 가수에게 전속이 된 것처럼 활동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팬들도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곡가와 가수가 남과 여일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남과 여가 만나면 호사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을 지어냅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헐리우드 특급배우들도 영화를 찍다가 정분이 나서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입니다. 감독과 배우의 사례도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연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뜨거운 연애전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옥윤은 패티김과 작곡가와 가수로 만났다가 부부가 되었습니다. 패티김이 생전의 길옥윤에 대하여 평을 하기를, 음악가로서는 전혀 부족한 점이 없는 사람인데, 남편으로서는 무척이나 부족한 사람이라 했습니다. 길옥윤의 사생활은 이미 당시 국민들 대부분이 알았습니다. 과도한 폭음과 도박, 그리고 엄청난 흡연에 잦은 외박 등 한마디로 한량이었습니다. 실은 그렇게 자유분방한 성격이 그의 음악세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전의 길옥윤의 작곡능력은 엄청났습니다. 상당수의 곡을 30분 정도에 완성할 정도로 음악적 감각이 대단했다는 것에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일치합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술에 취해서 작곡한 곡이 꽤나 많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이태백이 술에 취하면 시를 쓰듯이, 길옥윤은 술에 취하면 곡을 썼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도 길옥윤의 곡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맛이 있습니다. 재즈 전문가답게 재즈풍의 음악도 꽤나 좋습니다.

     

    길옥윤은 일본통입니다. 길옥윤은 한자로 吉屋 潤이라 쓰는데 예명을 길씨로 쓴 것으로, 吉屋潤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길옥윤은 일본식 이름으로, 한국식으로는 길옥윤또는 길 옥윤이겠지만, 일본식으로는 길옥 윤(吉屋 潤)’이라 쓰며 요시야 쥰으로 읽습니다. 일본 음악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일본식 예명을 지은 것이 평생 자기의 예명으로, 게다가 한국식으로 불린 기이한 사연입니다. 패티김이라는 당대의 대형가수와 요란한 연애와 결혼, 그리고 예정된 이혼 등으로 길옥윤은 인생의 신산을 겪었고, 작곡가로서도 깊은 침체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작곡가가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의 노래를 부를 가수가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신이 피폐한 상태에서 좋은 곡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혜은이를 발탁한 후에 길옥윤은 재도약을 했습니다. 패티김의 사례를 보고 사람들은 이제 길옥윤이 혜은이와 연애전선을 수립하고 결혼에 골인할 것이라는 반응이 당시에 많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곽규석이 둘이 어떤 사이냐고 짓궂게 묻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답은 작곡가와 가수 사이라는 당연한(!) 대답을 냈습니다.

     

    혜은이가 한참 뜨거울 시절에는 한 마디로 국민가수레벨이었습니다. 특유의 맑고 고운 목소리에 매력이 넘치는 귀여움이 뚝뚝 떨어지는 외모에, 게다가 당시 가수치고는 율동도 꽤나 세련되었습니다. 혜은이는 가수의 인기를 몰아 드라마, 영화를 섭렵하였고, 칠성사이다 등 CF 퀸으로도 등극을 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길옥윤이 만든 노래는 연달아 대박을 냈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쉽게 싫증을 냅니다. 길옥윤 풍의 노래에 싫증이 난 대중들은 차츰 혜은이를 외면했고, 혜은이는 이범희라는 대형 작곡가로 갈아탔습니다. 그리고 길옥윤이 죽을 때까지 둘은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혜은이하면 조건반사처럼 길옥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둘의 사이를 오해하는 망상(?)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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