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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준, 민해경의 이 노래 : ‘내 인생은 나의 것’>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2.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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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부모의 본능입니다. 미국의 유명사립고교의 이야기를 다룬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면, 자식에 대한 명문대 입학 및 출세에 대한 부모의 열망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현실은 미국의 부호나 명망가, 즉 상류층의 이야기이며, 명문사립고교의 존재는 영국은 물론 미국도 이미 계급사회에 진입하였다고 진단하는 것이 유력한 시각입니다. 실은 한국도 개룡남이 점점 어려워지는 계급고착화의 사회라 보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부정은 상류층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애끓는 부정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한국에서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수준이 높은 것은 조선을 대표하는 대천재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의 편지를 보면 명확합니다.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애절한 부모의 심정입니다. 필리핀에서 대히트한 프레디 아길라의 ‘Anak(아들)'의 가사를 보면, 천리만리, 그리고 먼 시간의 간극이 있는 조선의 정약용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부정은 시공을 초월하고 계급을 초월하는 본능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본능적인 인간의 기본감정을 배반하는 것을 패륜이라 합니다.

     

    남녀의 사랑도 본능의 영역이고 부정(물론 모정도 포함)도 본능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달달한 사랑타령보다 부정을 담은 대중가요는 많지 않습니다. 어딘가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로 흐르기에 가볍게 즐기는 대중가요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디든지 예외는 존재합니다. 김소월의 부모는 대중가요로 변신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실은 프레디 아길라의 'Anak'의 가사는 대단히 진지하고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대중가요로 대박을 쳤습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대중가요의 히트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비틀스의 위대한 히트곡 ‘Hey Jude'도 인생교훈에 대한 엄마의 말씀이 배경입니다.

     

    김현준과 민해경이 부른 내 인생은 나의 것은 형식상 자식이 부모에게 반항의 마음을 담은 것이지만, 그 기저에는 부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전제에서 부모님의 의사대로 인생을 살 수는 없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내용 자체로 보면 통속적인 사랑이 주류인 대중가요와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서 반항의 코드로 읽혀집니다. 실제로도 1980년대 학생시위현장에서 이 노래가 운동권노래로 많이들 불렸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부모의 뜻대로만 사는 것이 반드시 효도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이상하게 이 노래는 반항의 대명사로 불렸습니다. 마침내 이 노래는 금지곡으로 정부당국(정확히는 공륜이라 불린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이 지정했습니다. 정부당국이 정당한 보상도 하지 않고 노래의 방송, 공연 등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차단한 것입니다.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당시에는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재산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했음에도 정부당국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었던 것이 1980년대였습니다. 실은 이 문제는 건전가요의 강제와 동일한 문제입니다.

     

    그나마 민해경은 대중에게 이름은 알려진 가수였지만, 김현준은 이 노래가 히트를 했음에도 금전적 수입은 물론 인기의 획득도 실패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금지곡으로 수난을 겪은 김현준은 대다수의 가수가 평생 히트곡 하나를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박곡을 날린 셈입니다. 더군다나 뜨거운 부정을 전제로 자신이 판단한 결과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겠다는 것이기에, 역설적으로 부모의 믿음을 자신이 선택한 방법으로 충족하겠다는 것임에도 반항의 낙인을 찍어서 가수의 길을 막은 것입니다.모든 자식이 공부로 성공할 수 없기에, 자신의 적성에 따라 자신이 개척한 길이 자신의 성공의 길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부모에게 효도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qQUGurVWw

    김현준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두환 정부가 이른바 사회정화차원에서 건전가요를 정부차원에서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유명 작사가와 작곡가를 소집하여 만든 건전가요 중에서 초대박을 친 , 대한민국도 원래는 김현준과 민해경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민해경의 불미스러운 사생활로 활동금지(실은 이것도 위헌입니다)처분을 받아서 일본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녹음한 , 대한민국도 그냥 허공에 날리게 됩니다. 그리고 장재현과 정수라가 바톤을 이어받게 되는데, 장재현의 방위복무로 정수라가 어부지리로 이 초대박곡을 그냥 꿀꺽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c4cJITASk

     

     

    당초 전두환 정부가 임의로 남녀가수를 선발하여 건전가요로 지목한 , 대한민국을 부르게 했기에, 김현준, 민해경 커플, 그리고 장재현, 정수라커플은 졸지에 듀엣으로 부르게 된 것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대박으로 정수라만 대박의 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무대에서 혼자 , 대한민국을 부르던 정수라는 아예 앨범을 내면서 솔로버전을 내게 됩니다. 4명의 가수 모두 그냥 정부당국의 차출에 따라 건전가요를 부른 셈이지만, 그 과실을 정수라만이 취득한 것입니다. 아마도 정수라는 김현준을 보고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 항변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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