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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인가? 유행가 가사인가? :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3. 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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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시인과 촌장가시나무는 가사 자체가 역대 가요중 최고의 서정시를 넘어 한국 시문학계에 남을 만한 대단한 서정시로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선 세련되고 정제된 시어는 고급스러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서정시로서의 매력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정성의 정점은 역설적이면서도 갈등과 분열의 내면을 지닌 인간의 본질적인 자아를 그렸다는 점에 있습니다. 인간 본연의 불완정성을 소재로 대중가요로 승화시켰다는 발상도 뛰어납니다.

     

    인간 본연의 모순되고 이질적인 모습에 대한 탐구는 실은 석가모니가 이미 2,500년전에 시작한 작업입니다. 왜 나는 태어나서, 욕심을 부리고, 타인을 시기하며, 분노를 느끼다가 온갖 병을 얻고, 결국은 죽어가는가 하는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불교는 시작합니다. 인간의 모습은 불완전하다는 냉정한 실존에서 고민했던 석가모니의 고민은 세월이 흐르면서 무수히 많은 현인들이 반복을 했습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이렇게 불완전한 인간을 전제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스티븐스의 유명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인간의 내면에 선과 악, 신사와 악마 등 서로 모순되고 상반된 모습이 있음을 전제로 소설화한 것입니다. 내 자아에는 타인을 사랑하고 협력을 구하는 자아도 있지만, 타인을 제압하고 살육하려는 자아도 도사리고 있다는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갈파한 인간철학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구현된 것입니다. 당연히 이 소설은 인간존재의 근원적 형태에 대한 질문과 인간구원의 방법을 독자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묻는 것입니다.

     

    가시나무의 가사를 봅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 뺏고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가고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는 코스모스와 카오스 모두 있습니다. 미움과 사랑, 그리고 무관심도 있습니다. 어느 것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감정의 복합체이자 무한한 이성의 복합체입니다. 이상의 거울에서도 현실 속의 자아와 마음 속의 자아가 별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그리고 있는데,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의 발상과 일치합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나를 반사한 것이지만, 내가 아니라는 발상은 외적 자아와 내적 자아가 불일치한다는 발상은 결국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 바로 가시나무의 발상이기 때문입니다.

     

    쉬운 듯하면서도 난해한 인간철학을 담은 노래이지만, ‘가시나무는 히트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단을 깨고 이 노래는 선율이나 창법, 그리고 깔끔한 반주까지 역대급 한국 대중가요의 명곡 중의 명곡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대작을 남긴 하덕규는 그 역량을 만개시키지 못하고 이 노래가 갈구하는 인간구원의 문제를 종교적 차원으로 승화하려 했는지 목사로 변신을 했습니다. 밥 딜런의 팝송 가사는 인간철학과 뺴어난 서정성으로 노벨문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시나무의 가사는 서정시로서도 우월한 가치를 증명하였고, 시문학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n8qDuXLb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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