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정의 이 노래 : ‘아! 바람이여’>

 

한국가수 중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가수를 꼽으라면 박남정은 절대로 빠질 수 없습니다. 현란한 발동작부터 손동작, 몸동작은 한 마디로 마이클 잭슨급입니다. 그의 데뷔곡이 바로 이 ‘아! 바람이여’입니다. 박남정은 이 트로트 고고곡에 맞추어 생뚱맞게 로봇춤과 브레이크댄스를 섞어 추면서, 게다가 비음을 잔뜩 섞어서, 1988년을 넘어 1989년까지 나이트클럽을 휩쓸었습니다. 이렇게 언밸런스한 노래와 춤의 조합으로 유행을 주도한 곡은 아마도 한국가요역사상 유례가 없지 않았을까 합니다.

 

박남정의 ‘아! 바람이여’는 조용필의 잊혀진 곡 ‘돌아와여 부산항에’를 재창조 수준의 편곡으로 오늘의 조용필을 만들어준 안치행 작곡의 노래입니다. 안치행은 트로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락과 트로트를 섞은 일명 ‘락뽕’풍으로 만들어서 대박을 친 전과를 다시금 ‘아! 바람이여’에 불어넣었습니다. ‘아! 바람이여’는 기본적으로 트로트 고고곡입니다. 그런데 리듬에는 베이스연주가 돋보이는 록풍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재미가 넘치는 조합입니다. 여기에 박남정의 개인기가 발휘됩니다.

 

박남정은 데뷔 이전부터 이태원 일대 나이트클럽을 접수한 춤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특기는 단신의 키에 어울리는 로봇춤과 브레이크댄스였습니다. 그런데 ‘아! 바람이여’의 리듬과 박남정의 전공(!)과는 이질적입니다. 박남정은 자신의 월등한 장기를 묵힐 수가 없었습니다. 데뷔앨범에서 망하면 재기가 어려운 것이 이 바닥의 생리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노래는 못 떠도 춤 실력 하나는 화끈하게 먹어준다는 대중의 각성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리어카에서 인기를 얻는 당시의 ‘길보드차트’에서 제법 인기를 끌다가 박남정은 마침내 방송에 출연하여 후끈한 댄스실력을 발휘했고, 그 힘으로 단순에 전국의 소녀팬들을 휘어잡았습니다.

 

현란하고도 전광석화같은 그의 춤동작은 시청자들의 감탄과 신기를 연발하게 만들었고, 단숨에 박남정은 정상급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널 그리며’와 ‘사랑의 불시착’ 등 연이어 나오는 히트곡으로 절정의 댄스가수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박남정은 월등한 댄스 실력에 가려져 그의 진가가 묻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진가는 작사 및 작곡에도 능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입니다. 음악적인 감각이 출중하다는 증거가 작곡능력입니다. 작곡은 배워서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능력이 좌우하는데, 박남정은 댄스실력에 더하여 음악적 감각도 타고난 사람입니다.

 

태생이 트로트곡이라는 한계 엉뚱하게도 자신의 발군의 춤솜씨로 극복(!)한 재능이 넘치는 가수가 박남정이고, 그가 데뷔곡으로 부른 노래가 바로 ‘아! 바람이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G2oyQRc0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