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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스의 이 노래 : ‘편지’>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3.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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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에 발표되어 가요계의 판도를 바꾼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의 가사 중에는 다음과 같이 편지가 등장합니다.

     

    그 어렵다는 편지는 쓰지 않아도 돼.너의 진실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연인의 마음이 중요하지 구태여 쓰기 어렵고 번거로운 편지는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점이 주목됩니다만, 지금부터 딱 30년 전에 이미 연서(戀書)를 쓰는 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1970~80년대에 미지의 이성과 주고받는 펜팔(Pen pal)’이라는 것이 성행하였는데, 불과 10여년 만에 편지 자체가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한 점을 보면 현대인은 급격한 문화변동 속에서 사는 것이 분명합니다. 놀랍게도 펜팔을 이용한 사업체가 1970~80년대 당시에 성행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편지는 1970~80년대에 국어 교과서에서 비중이 있게 다루어졌습니다. 편지를 쓰는 방법 등 실용적인 측면부터 서간문(書簡文)이라는 고풍스러운 단어를 쓰면서 편지 특유의 문체 등 편지에 대한 다양한 기능을 학습의 소재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유명인사들의 다양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국어 교과서에 담아 모범적인 편지 작성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서경덕이 황진이를 애틋하게 그리는 시조 등 미지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상대방에게 도달이 어려운 편지에 갈음하여 안부와 연모의 정을 듬뿍 담은 문학쟝르의 소재로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972년에 어니언스의 편지가 등장한 것을 보면, 이동전화, 삐삐, PCS, 휴대전화 등으로 이어지는 통신수단의 급성장이 있기 전까지 편지는 수천 년을 이어 온 소통의 수단인 점이 분명합니다. 의사의 소통에는 당연히 감정의 소통까지 포함합니다. 그러나 어니언스의 편지는 연서를 말합니다. 연서가 아닌 다음에야 가슴까지 시릴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연서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우는 아날로그감성이 충만한 시대였습니다. 연모의 감정이 그렇게나 뜨거웠지만, 막상 그 뜨거운 감정도 편지에 쓰고 나면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자책하고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보낼까 말까, 이 뜨거운 마음을 상대방은 알아나 줄까, 하는 일련의 상상과 망상을 넘나드는 감정의 복합체가 생깁니다. 연서는 그 자체가 사랑이라는 감정덩어리입니다.

     

    연서는 이렇게 무수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청춘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감성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어니언스의 편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장에도 꽃은 피듯이, 박정희 정부의 10월 유신으로 정국은 혼란에 빠진 시대였지만 당대를 살았던 청춘들의 끓는 피는 연서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키우고 상상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황순원은 빨간 색의 우체통의 본질은 연서를 주고받는 것이라는 단언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짧은 우체통이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연문(戀文)을 먹고서 얼굴을 붉혔소?

     

     

    https://www.youtube.com/watch?v=wPDBZGxXE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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