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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원’의 이 노래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4. 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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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미드(미국 드라마) ‘CIS’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 CIS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는 각 인종별, 학력별, 출생지 등에 따라 자주 쓰이는 어휘, 억양 등이 저장되어 있고, 이것을 토대로 범인이나 사건 관계인이 쓰는 말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인종, 학력수준, 연령 등을 변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거의 100%에 근접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문에 필적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문(聲紋)을 통한 범죄수사기법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쓰는 어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냅니다. 동양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시대를 초월하는 명언으로 인정받는 이유입니다. 물론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전문적인 언어를 쓰더라도 어딘가 어색하고 구사하는 언어가 엉성하여 비문이 남발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발언자의 지적 수준을 의심할 소재가 됩니다. 이에 반하여 시의적절하고 유효한 언어의 구사는 그 사람의 학력은 물론 인생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외는 있지만, 인텔리에 속한 가수가 부른 노래에 쓰인 언어는 꽤나 이지적인 풍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언어의 구사나 서정성이 짙은 가사의 활용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가사 자체가 가수의 지적 수준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노래가 바로 동물원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입니다. 한국의 대중가요에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사랑타령이 아니라 흐린 가을 하늘에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써내려간다는 발상은 대중가요에서는 이례적인 레토릭을 동원한 언어의 구사이자 서정성이 짙은 문학적 표현입니다. 하늘에 편지를 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다음 가사를 보면,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려고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독백을 합니다.

     

    난 책을 접어 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가을 하늘을 보면서 지나온 자기의 인생을 회고한다는 것을 편지를 쓴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즉 자기 자신의 살아 온 인생을 담담히 회고하면서 잊혀져 간 꿈들로 은유적으로 표출된 달성하지 못한 인생의 회한을 회고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합니다.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라 합니다. 달성하지 못한 꿈은 응어리가 될 수도 있고, 원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달성하지 못한 꿈은 평생에 걸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불완전합니다. 영광의 순간은 금새 지나가지만, 오랜 기간 간절히 바라던 꿈이 좌절된 순간은 평생에 걸쳐서 악마처럼 출몰합니다.

     

    기뻤던 순간보다 슬프거나 아팠던 기억이 더 또렷한 것이 인간에게 가혹한 숙명입니다. 그리고 흐린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잊혀져 간 꿈들을 회고하면 그러한 감정의 편린들이 튀어나옵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러한 감정의 편린을 수습하는 것을 문학적 레토릭으로 포장한 것입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이렇게 인생의 회고를 가사에 담아 이 노래를 듣는 대중 자신에게 자아의 내면을 성찰해보라고 독려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전혀 대중가요 같지 않은 내용으로도 이렇게 오랜 기간 대중적인 호응과 사랑을 받는 괴력을 가진 노래입니다.

     

    동물원의 멤버는 유난히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많아서 고등동물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사 및 작곡가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의사인 김창기입니다. 인텔리들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 이렇게 대중가요의 격조를 높이면서 수준을 높이게 됩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음악적으로도 빼어난 명곡이지만, 가사만으로도 격조가 높은 서정시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HXrZGPFl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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