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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한그루의 이 노래 : ‘물레’>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2. 4. 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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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1981년 식목일 언저리로 기억이 되는데,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여성 DJ가 유한그루를 소개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유한그루는 아마도 학창시절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식목일에는 한 그루가 아닌 여러 그루나무를 심으라고 신신당부를 받았을 것이라는 요즘 말하는 아재개그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유한그루는 이름이 특이해서 한번 들으면 어지간해서는 잊어먹기 어려운 가수입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유한그루는 물레라는 대표곡을 남기고는 소리 소문이 없이 사라진 가수입니다.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그에 대하여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가수입니다.

     

    당시에는 앨범을 발표하면 방송국PD에 연줄을 대서 어떡해서라도 쇼 프로그램에 나오려고 기를 쓰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제 기억으로도 유한그루가 쇼 프로그램에서 열창을 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그만큼 방송출연을 거의 안 한 가수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유한그루가 발표한 물레라는 곡이 워낙 인상이 깊어서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가수의 이름이 튀기도 하지만, 노래 자체도 튀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물레는 반복적인 가사와 리듬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묘한 중독성을 일으킵니다. 반복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반복되는 리듬으로 경쾌한 중독을 일으기는 경우도 있고, 무당이나 서양의 흑마술사가 주문을 반복하여 주술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중독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한그루의 반복리듬과 반복가사는 물레라는 사물이 일으키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인 것으로도 보이고, 물레에서 각인된 개인사를 음유시인처럼 넋두리를 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아무튼 물레에서 연상되는 우리의 평범한 연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아재들에게 물레란 학창시절에 읽었던 나도향의 물레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허 생원이 연분을 맺는 장소로 맹활약(!)한 덕분에 물레에 대한 토속적인 에로티시즘을 연상하는 단어입니다. 실제로도 1980년대 애마부인을 필두로 활활 타올랐던 에로영화에서 물레는 맹활약(!)을 했습니다. 문학작품은 물론 훨씬 후대의 영화에서도 물레는 본래의 용도보다 연분을 쌓는 특별한 용도(!)가 더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물레하면 더불어서 원조에로배우로서, 지금은 원로배우가 되었지만, 당시를 주름잡던 이대근이 저절로 연상이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유한그루의 물레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유한그루의 물레에서 등장하는 반복은 물레 자체의 물리적 특성을 고찰하여 인간의 삶과의 유사성을 가사로 승화하였습니다. 그 물리적 특성이란 고정된 장치에서 시계바늘처럼 무한회전을 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레를 거친 물은 저 멀리 바다로 나아가는데 반하여 물레는 자신의 몸이 으스러져도 한 치도 나아갈 수도 없고 제자리를 무한정 맴돕니다. 사람도 어느 면에서는 물레와 유사합니다. 사람은 우주공간을 훨훨 날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이 집과 학교, 또는 집과 직장이라는 고정된 공간에서 반복을 합니다. 간혹 여행으로 인생의 행선지를 변경해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유한그루 특유의 인생을 달관한 듯한 음유시인을 연상케 하는 목소리와 물레를 통한 인생의 적절한 비유가 인상적인 노래가 물레입니다. 유한그루의 물레는 대박을 친 노래는 아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대박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zw6QQ-j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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