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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건의 이 노래 :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4. 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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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니에는 전국 어디에나 있지만, 이상하게도 마로니에 하면 대학로의 마로니에공원이 연상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저는 마로니에 하면 동숭동 서울대 캠퍼스가 등장하는 이문열의 대중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등장하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가사에 마로니에가 등장해서인지 묘하게도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도 그러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미로니에로 상징이 되는 1970년대를 전후한 동숭동 대학가의 분위기가 가사 곳곳에서 은연 중 느껴집니다. 실제로도 이 가사를 쓴 이가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 출신으로 마로니에의 정취에 익숙한 분입니다.

     

    1970년대는 박정희 정부의 장기독재가 본격화하는 시기였지만,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의 신화를 쓰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전체 고교졸업생 중 20%가 채 4년제 대학에 입학을 못하던 가난한 시기였지만, 막상 대학졸업자는 취업에 있어서 지금보다 여유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당시 대학생들은 자유로운 사색과 인문교양서적을 탐독하면서 청춘을 갈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서는 당시 대학생들의 낭만과 서정성이 넘치는 정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헤세, 릴케, 만 등 독일작가는 물론 헤밍웨이나 서머셋 몸 등의 영미작가의 탐독이 교양필수로 여기던 시절의 분위기도 한몫 했습니다.

     

    유행가치고는 비유와 상징이 인상적이고 고급스러운 어휘의 구사를 통하여 마로니에를 보면서 그 사람으로 연상하게 만드는 의식의 흐름이 눈길을 끄는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은 가사가 언어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 발군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리듬과 곡 모두 지금도 저런 수준의 작곡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요즘 들어도 세련되고도 고급스러운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명 가수들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리메이크를 했습니다. 리메이크가 많다는 말은 노래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의미인데, 이 노래는 거기에 더하여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가사가 리메이크의 매력을 높인 결과입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1970년을 전후한 시기의 정취는 이제 기록사진이나 대한뉴스 등의 동영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문열이 평론가들로부터 통속소설로 비난을 받았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그 시대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 더하여 이문열은 자신의 작품 여러 곳에서 과거 동숭동 대학로의 정취와 마로니에로 상징이 되는 그 시절의 낭만과 추억을 끊임이 없이 환기하고 있습니다. 이문열은 유려하면서도 중후한 문체로 그의 해박한 지식을 그의 작품 곳곳에 담았습니다.

     

    보수주의라는 사신의 생각을 작품 내외에서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그의 문학적 업적마저 지워지는 인상이 없지 않지만, 이문열의 작품을 읽으면서 누렸던 눈의 호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문열이 문학작품을 통해 복원한 동숭동의 풍경과 사랑과 애환을 담은 당시 청춘들의 소묘가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에 용해되어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권총으로 살해하는 비극이 줄거리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 속에서 낭만주의가 가득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과 묘한 매치가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mCWJxTB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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