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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기남 시대, 그리고 박동룡>
    7080 배우/7080 남자배우 2022. 6.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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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기남!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이름입니다. 이 분은 이미 고인이 된 분인데, 1970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영화계를 상징하는 대표적 규제였던 국산영화 의무제작제가 낳은 괴물 영화감독입니다. 다음 1985. 1. 21.자 중앙일보를 보면 스크린쿼터제(극장의 국산영화의무상영제)’와 더불어 영화사의 국산영화 의무제작제의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사는 크게 영화를 제작하거나 외국영화를 수입하여 돈을 버는데, 당시 국산영화는 열등재라 돈이 안 되고, 그나마 돈이 되서 너도나도 수입하려는 외화는 우등재이기에 수입에 열을 올렸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일종의 무역장벽이자 국내영화산업이라는 유치산업의 보호정책이 바로 두 가지 제도이며, 그 중에서도 영화사에 대한 규제가 국산영화 의무제작제입니다.

     

    문공부는 22일 상오 국산영화 진흥책을 발표, 새 영화법이 시행되는 71일부터는 영화관들이 일년에 146일이상(연간상영일수의 5분의 2이상) 국산영화를 상영하도록 종전의 국산영화 상영의무일수(122일 이상)를 강화했다. 또 새로 국산영화제작자로 등록하는 업자는 예탁금 15천만원과 자본금 5천만원 등 총2억원 이상을 갖추도록하고 외국영화수입업자는 예탁금 10억원과 자본금 5천만원을 갖추도록 했다. 문공부는 또 올부터 시행되는 대종상에서는 작품상수상자에 외화수입권을 주는 대신 최우수작품상에는 3천만원, 우수작품상에는 2천만원씩의 보상금을 주는 한편 국제영화제에 참가하는 작품에는 각 2천만원씩의 참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문공부는 이같은 새로운 진흥책을 앞으로 마련될 영화법 시행령에 규정할 예정이며 이 시행령은 오는 4월말까지는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문공부는 올상반기 영화시책을 함께 발표, 새 영화법이 오는 7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 상반기에는 국산영화제작자들의 의무제작편수(종전 1년에 4)3편으로 규정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920470#home

     

    그럼 남기남이 왜 국산영화 의무제작제와 관련이 있을까요? 그것은 남기남이 빨리 만들기, 정확히는 영화 빨리 찍기의 대가(?)였기 때문입니다. 위 기사에서 보듯이 영화사는 돈이 되는 외화를 수입하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지원금제도는 21세기 현대도 시행중입니다. 그 유명한 블랙리스트 사건이 바로 관련이 있습니다) 국산영화를 찍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찍는 영화가 제대로 된 영화일 리가 없습니다. 남기남은 면피용으로 대충, 그리고 빨리 만드는 데 귀재인 사람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찍지 남기남!’이란 말까지 남긴 전설적인 영화감독이었습니다.

     

    남기남이라는 인물을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지금은 사라진, 대전의 서대전사거리에 있었던 서대전극장성보극장이라는 동시상영관에서 걸린 국산영화의 감독 중에서도 유달리 자주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남기남은 이름이 특이하여 좀처럼 잊기 어려운 인물인데다가 자주 등장했기에 더욱 잊기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아무튼 남기남 감독의 영화는 상당수가 무협영화나 조폭영화였는데, 그 중에서 악당으로 뻔질나게 등장하는 배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동룡입니다. 박동룡은 남기남 감독 외에도 각종 국산영화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는데, 다음에도 보듯이 1995년에 제작된 허영만 만화가 원작의 ‘48+1’에도 극중 살모사로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P4WE52N264&t=125s

     

    유튜브를 링크하기 싫은 분들은 다음 사진을 보면, 아하! 하고 생각이 날 것입니다. 이 분은 드라마 수사반장에서도 여러 차례 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예전에 수사반장을 보다가 어! 이 사람이 드라마에서도 출연하네! 하면서 반가움 반, 놀람 반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조연이나 단역배우의 삶이 그렇듯이 박동룡은 언론사의 인터뷰도 제대로 한 적이 없고, TV토크쇼에도 제대로 출연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단역배우 몇 분이랑 식사와 음주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배우인생을 땜방 인생이라 자조적인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도중에 언제든지 잘릴 수 있고, 땜방으로 출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캐스팅을 하는 경우에도 주연급과 주조연급 위주로 우선 캐스팅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단역배우들을 캐스팅 하는 것이 드라마나 영화제작의 오랜 관행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헐리우드를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의 제작시스템이 그러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단역배우나 조연배우는 파리 목숨인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럼에도 왜 영화판을 못 떠나는가!’ 그들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스크린이나 TV화면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마약과 같다, 배우들의 숙명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연료로는 생활이 어려우므로 대다수는 부업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역배우들(비중이 낮은 조연배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은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박동룡은 평생을 배우로 살았으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얼굴만 알지 이름 자체도 모르는 어쩌면 굴욕적인 배우인생을 살았다고 혹자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대부분의 배우인생을 조폭이나 범인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없다면, 엄청난 출연횟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엄청난 출연횟수는 간접적이나마 배우로서의 열정과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조연배우나 단역배우는 경쟁률이 엄청나다는 점입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땜방 인생이기에, 조연배우나 단역배우는 연기력이 출중하거나 짧은 순간에 발산하는 이미지가 강렬해야 그 바닥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한국연기자협회의 홈페이지(http://www.koreatv.or.kr)에서 회원 찾기메뉴를 클릭하면 생전 처음 보는 배우들이 수두룩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배우들 중에서 이름 석자를 남기거나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주연배우 중심으로 플롯이 짜지기에 단역배우는 돋보기로 찾아야 겨우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단역배우나 조연배우들 중에서도 킬러 컨텐츠가 있는 배우들이나 생존할 수 있습니다. 가령, 지난번에 소개한 이일웅을 비롯하여, 황민이나 박정웅 등과 같은 인민군 전문배우는 특화된 역할이 있어서 그나마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계인, 김기일 등은 범인 전문배우로 특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나름 비중이 있는 조역도 소화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만년 조폭으로 출연한 박동룡은 조폭으로 특화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 엄청난 횟수의 출연이 가능했습니다. 실제로도 박동룡을 보면 딱 조폭이 연상이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주연배우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박동룡 같은 악역전문배우들도 있어야 비로소 완성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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