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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헌의 이 노래 : ‘구름나그네’>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9. 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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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가요를 유행가라고 합니다. 유행이란 말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갖거나 흥미를 느꼈던 사물이나 사안에 대한 것을 말합니다. 유행가를 통하여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추출할 수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70년대에는 이상하게도 유랑이나 방랑이니 하는 말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김삿갓 방랑기라는 성우 구민의 라디오 드라마가 대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유행가에도 방랑은 많이 등장했습니다. 박인희의 빅히트곡 방랑자’, 윤수일의 유랑자’, 그리고 여기에서 소개하는 최헌의 구름나그네등이 바로 그런 시대상을 반영하는 노래입니다. 1980년대 구창모의 방황도 그 연장선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2000년대 아이돌이 가요계의 대세가 된 후에 뭔가 촌스럽고 아재스러운 방랑이나 방황은 사라졌습니다.

     

    방랑이라는 말에는 낯선 곳을 떠다니면서 미지의 새로운 정취를 만끽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틀에 박힌 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본능이 땡기는 작용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은 정착생활을 하려는 보수적 본능이 있습니다. 대학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은 인간의 보수성을 전제로 성립된 말입니다.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이러한 한자성어 자체가 성립할 근거가 없습니다.

     

    최헌의 구름나그네의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방랑이라는 것은 정착본능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이고도 보수적인 정서에 반합니다. 기존에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하는 것은 뭔가 께름칙하기까지 합니다. 아쉬움도 가득합니다. 그래서 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실은 정든 곳을 떠나는 것이 눈물까지 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눈물까지 주르르 흐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일련의 가사는 인간본연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가다 말다 돌아서서 아쉬운 듯 바라본다.

    미련없이 후회없이 남자답게 길을 간다.

    눈물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니

    정처없는 구름 나그네.

    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는 바람 새소리에 고개 넘어 님 찾으러

    눈물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니

    정처없는 구름 나그네.

     

    그러나 방랑은 정서적인 측면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방랑은 동적인 행동을 의미하기에 육체가 먼저 반응을 하는 단어입니다. 전두환이 즐겨 불렀다는 명국환의 방랑시인 김삿갓의 첫 소절은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흰 구름 뜬 고개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라고 시작합니다. 가사만 보더라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픕니다. 방랑이란 끝이 없이 걸어다니는 상황을 말합니다. 운동삼아 걷는 것이라면 몰라도 뚜렷한 목적도 없이 정처없이 걷는다면 다리가 천근이고 만근이 됩니다. 그냥 걸어서 뭔가를 이루어 내는 생산적인 활동도 아닙니다. 현대인이 고달픈 이유는 끊임이 없이 밥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는 상황에서 방랑을 하는 것은 가족에게 누를 끼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연락도 없이 방랑을 하면 가족은 애가 닳습니다.

     

    방랑이니 방황이니 하는 단어가 21세기 유행가에서 거의 사라진 이유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고달프고도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데다가 자동차라는 현대문명을 거스르는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방랑을 한다고 하여 본인에게 닥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술을 마신다고 난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방랑이란 실은 무의미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랑이라는 말은 흘러간 유행가에서만 반짝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hhE2pJRS7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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