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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성의 이 노래 : ‘경아’>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10. 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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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음미하다가 이상하게 가사 속의 자아가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중가요에 한정할 것이 아닙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나 시 속의 화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확신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 소설 속의 주인공이 자기와 무관한 자아이지만, 이상하게 자신을 그 자아와 무의식적으로 동화(同化, assimilation)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갈등상황을 이렇게 타개해 본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런 류의 하나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환상이거나 착각의 범주입니다. 그러나 이상야릇하게도 그 자아가 남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소설 속에서 사랑의 불꽃을 태운 상대방이 마치 자신의 연인인 양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베르테르 효과도 실은 소설 속의 주인공을 동화한 결과입니다.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이 뜨거운 유행을 타는 것도 이러한 동화현상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화현상이라는 결과는 유사하지만 그 발생의 원인 자체는 다양합니다.

     

    박혜성의 경아도 그런 범주의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제 개인사가 그 이유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고교때 남녀공학을 다녔습니다. ‘경아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유달리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절로 경아라는 이름의 몇몇 여학생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 경아들을 전부 알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박혜성이 데뷔곡으로 부른 경아가 이상하게 입에 착 감겼습니다. 박혜성은 또래의 가수였습니다. 그러나 남녀공학임에도 그다지 존재감이 없던 저의 경우와는 달리, 노래 자체도 빅히트를 한 것에 더하여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여학생들의 인기를 휘어감아서 그냥 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은 예나 지금이나 절대다수의 연예인들은 TV에서만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저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던 박혜성은 고교 졸업후에 그의 한 다리 건너 친구를 통하여 우연히 그의 고교생활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친구의 친구를 통한 것인데, 친구를 통해서 전해들은 박혜성의 사연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박혜성은 본명이 박정희(예명을 쓰는 것이 당연할 정도입니다)’로서, 제 친구와 서울 한영고에서 같이 록밴드를 했다고 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박정희라고 부르는 것이 뭔가 어색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데뷔를 하면 예명을 쓴다고 당시에도 박혜성은 자주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박혜성과 활동했던 고교밴드는 록밴드였고, 박혜성은 거기에서 보컬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제비를 잘 하는 사람은 칼국수도 잘한다는 속담처럼, 박혜성은 경아와 같은 발라드곡도 꽤나 잘 소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박혜성은 10대에 데뷔를 했습니다. 박혜성의 당시 노래를 들어보면 10대치고는 호흡이 안정되어 있고, 발성도 준수합니다. 노래에 감정을 싣는 것도 훌륭합니다. 아마도 고교때 록밴드 보컬을 한 것이 훌륭한 자산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사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박혜성의 노래 속의 경아를 꽤나 좋아해서 무수히 들었음에도, 정작 당시 같은 학교를 다니던 실존인물이었던 그 많은 경아들, 어렴풋이나마 연상이 되어야 정상(!)임에도, 신기하게도 그 어떤 경아도 전혀 연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작은 학교인지라 몇 명의 경아들은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성으로서의 호감 비스므레한 것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동창들끼리 모인 자리에 문제의 경아들일부가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바로 이 박혜성의 경아가 또렷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 자주 흥얼거렸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순간이었지만, 그 이상했던 감정의 추이가 얄궂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BJ2dY9Xg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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