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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의 이 노래 : ‘갈무리’>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2. 11. 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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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김용철 변호사가 지은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나훈아의 대중가수로서의 화끈한 자부심이 등장해서 세인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나훈아 자신은 대중이 부르는 장소에만 간다고 대중가수의 자존심과 기개를 졸지에(!) 과시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나훈아는 방송국에게는 고개숙인 남자였습니다. 주말 버라이어티쇼에 나훈아는 단골급으로 등장했습니다. 심지어는 21세기에는 거의 보기 어려운 상황, 즉 주말버라이어티쇼에 조용필과 한 무대에서 선 적도 있습니다. 과거 방송국은 연예인들에게는 슈퍼갑그 자체였습니다.

     

    나훈아는 1960년대 중반에 혜성같이 등장해서 남진과 뜨거운 라이벌 대결을 펼쳤습니다. 남진의 인기가 싸늘했던 1990년대 전후는 물론 아직까지도 가황이라 불리면서 각종 호텔쇼는 물론 방송국의 특별쇼에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감이 엄청난 대가수입니다. 그가 1989년에 발표한 갈무리역시 나훈아!’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였습니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면서 특유의 꺽는 음으로 한국인을 울리고 웃겼던 나훈아에 대하여는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없는 가수입니다.

     

    그 나훈아가 발표한 노래 갈무리는 당시에도 그 뜻이 뭐냐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실은 당시 20대를 전후한 세대들이 활약한 PC통신에서 갈무리라는 기능이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를 기준으로도 나이를 먹은 나훈아가 PC통신에서 영감을 받아 갈무리를 지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나름 신비주의 컨셉이 있는 나훈아이기에 갈무리의 뜻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시를 기준으로도 갈무리는 자주 쓰이는 일상언어는 아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hOcSGHE5Go

     

    갈무리가을마무리의 합성어로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 잘 보관한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갈무리가 쓰인 문장을 보면, ‘마무리와 그 의미가 대략 비슷한 것으로 쓰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판단을 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갈무리의 가사를 보면, 진정 사랑의 갈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저하고 잊지 못하는 번민과 좌절의 감정이 깊게 베어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서러운 맘 나도 몰라

    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이제는 남인 줄도 알아

    알면서 왜 이런지 몰라 두 눈에 눈물 고였잖아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

    이제는 정말 잊어야지 오늘도 사랑 갈무리

     

    잊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실은 잊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사에서 추출할 수 있습니다. 실은 사랑의 감정이 일도양단 두부를 자르듯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도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합니다. 감성이 충만한 시절의 사랑에 대한 감회를 쉽게 갈무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훈아의 갈무리를 들을 때마다 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체감하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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