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수의 이 노래 : ‘사랑이란 말은 너무 너무 흔해’>

1980년대와 현재와의 차이 중에서 널리 인식되지 못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여행자유화입니다. 한국인의 일본여행 폭증이라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해외출국 시에는 사전에 엄격한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박정희 정부시절부터 시행된 외환절약이라는 시책은 외화의 소비가 필연적인 해외여행을 규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반사적인 결과로 해외유학생들도 무척이나 드물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유층이거나 국비장학생 등 소수자만이 해외유학의 길을 갔습니다. ‘기러기아빠’라는 신조어는 실은 해외여행자유화의 반사적 결과입니다. 해외여행 자체를 규제한다면 기러기아빠는 당초부터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해외여행규제와 더불어 국산품애용 등 일련의 외환보유장려정책 내지 외환절약정책은 해외에 대한 국민의 동경심을 크게 높였습니다. 훔친 사과가 맛이 있다는 한국의 속담은 물론 미국의 금주정책처럼, 어떤 금지된 행위는 반사적으로 동경심을 얻기 마련입니다. 실은 그것이 규제의 역설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은 시대와 장소를 굳이 가릴 이유가 없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널리 퍼졌다는 ‘파리증후군’도 외국에 대한 동경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서구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 시절에 연예인으로 부를 축적한 분들 중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사는 경우가 많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해외파 가수에 대하여도 국민의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1980년대 해외파 가수 중에서 임병수는 절대로 뺄 수가 없는 가수입니다.

 

임병수는 어려서 볼리비아라는 지금도 낯선 나라에서 자란 동포가수입니다. 해외동포라는 이색적인 배경에 더하여 ‘염소창법’이라 불리는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이 큰 발성으로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가요가 뜨려면 가수가 튀거나 노래가 튀어야 합니다. 물론 둘 다 튀면 금상첨화로 더 할 나위가 없습니다. 임병수의 외모 자체는 곱상한 얼굴의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염소창법’으로 국민의 눈길을 먼저 끌었고, 볼리비아동포라는 타이틀이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 임병수가 부른 일련의 노래들 자체도 임병수에게 딱 맞는 옷과 같았습니다. 당연히 팬층이 두텁게 형성되었습니다.

 

볼리비아동포라는 타이틀은 임병수가 방송에서 가끔 능숙한 스페인어회화를 구사할 때 인기폭발의 현실적인 촉매제가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지금이야 조선족이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흔한 풍경이기에 그럴려니 하는 상황이지만, 당시만 해도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면 뭔가 있어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수는 결국 노래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라는 노래 자체는 당시에 흔한 사랑타령의 노래입니다. 그러나 사랑타령 중에서도 뭔가 코믹한 분위기이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사랑이라는 역설적 의미가 더해져서 눈길이 가는 노래입니다. 가사가 이채롭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튀는 노래입니다. 임병수의 ‘염소창법’이 재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실은 사랑타령이라 하더라도 그 실제는 천태만상입니다. 무겁고 장중한 분위기에서 절박함이 묻어나는 사랑타령부터 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랑타령, 자학적인 발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사랑타령까지 그 다양성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런 와중에 임병수의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는 그 흔한 사랑 중에서 내 사랑은 흔하지 않은 진지한 사랑이라는 역설적 의미를 경쾌한 곡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지금 들어도 가사가 참으로 흥미만점입니다. 이제 임병수는 흘러간 가수입니다만, 그 시절 임병수는 이색적인 가수로 국민의 인기를 끌었던 가수라는 추억은 박제되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wPBkMxe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