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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재의 이 노래 : ‘아득히 먼 곳’>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3.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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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올드보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우야 잘 자라라는 현인의 히트곡입니다. 이 노래는 무려 6.25동란 때 히트한 노래입니다. 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유행가는 발표되는 것을 넘어 히트도 된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유행가의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유신체제하에서도,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도 어김이 없이 유행가는 발표가 되었고 히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행가의 강인한 생명력은 대중이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것을 넘어 가사의 내용을 자신의 일부로 동화했다거나 리듬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체화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 과정은 다양합니다. 유행가를 듣자마자 꽂힐 수도 있고 반복해서 듣다 보니까 저절로 애창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생체리듬이 지배합니다. 그리고 심장의 박동부터 발걸음까지 리듬은 멈추지 않는 기관차인 인체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리듬이 각인된 생명체인 사람이기에, 유행가는 저절로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유행가는 개인별로 궁합이 있습니다. 빅히트한 곡이라도 본인에게는 그저그런 수준의 곡이 있는가 하면, 남들은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곡이라도 본인에게는 인생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승재의 아득히 먼 곳은 제 고교동창의 인생곡이었습니다. 일본의 가부키에서 유래한 ‘18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굳이 표현을 빌리자면 아마 이 곡은 그 동창의 ‘18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 동창을 우연히 수십 년 만에 만났는데, 옛 추억을 되살리면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유달리 수다스러운 친구라서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에 무척이나 방해가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무척이나 면박을 줬습니다. 저에게 말을 무던히도 걸어오다가 제가 응하지 않으니까 혼자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니까, 슬며시 그 시절의 저의 야박함이 떠올랐고 나중에는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아무튼 그 친구는 이 노래에 엄청나게 꽂혔는지 소풍에 가서도, 그리고 반의 장기자랑에서도 당연히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복해서 듣으면서 알게 모르게 저절로 노래가 익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의 인생곡임에도 저에게도 꽂히게 되었습니다. 막상 들어보면 하이 옥타브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이승재의 독특한 음색이 인상적인 멋진 곡이기에, 더욱 금방 익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은 아득히 먼 곳은 가수 이승재의 인생곡이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XRvpfb1vLA

     

    그 시절은 강제야간자습이 있던 시절이기에, 야간자습 시간에 문득 아득히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충동이 불끈하곤 했습니다. 그 시절에 야간자습이 좋았던 학생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저 역시도 야간자습을 때려치우고 가사의 일부처럼 그 아득한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노래의 리듬도 꽂힌 데다가 가사도 꽂힌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듣기만 하면 그 시절에 아득히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 그 시절의 열망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 동창도 떠오릅니다. 유행가는 좋은 추억은 물론 나쁜 추억, 나아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도 소환합니다. 유행가는 인생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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