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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스한 개새끼, 그리고 신해철의 ‘안녕’>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3. 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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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히트했던 드라마 더 글로리가 발굴(!)한 말은 단연 나이스한 개새끼입니다. 막상 꼬집어서 표현하기는 정말로 어렵지만, 누구나 실제로 본 적이 있고 현실에서도 인정하는 부류의 인물군을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 바로 나이스한 개새끼입니다. 세련된 외모, 깍듯한 매너, 그리고 정제된 언어로 무장하고 있지만, 인간미는 떨어지고 냉정한 부류의 인물군이 바로 나이스한 개새끼입니다. 친절이 몸에 배었지만, 기계적이고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다분히 가식이 묻어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친밀감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UtUilW2ktYc

     

     

    水至淸卽 水無魚(물이 지극히 맑으면 물고기가 없다)

     

    우리의 속담도 나이스한 개새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설명합니다. 우리가 은연중 누군가 인간미가 있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대부분 흠이 있고 어딘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고매한 인품을 지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명강연으로 시골의 촌부의 심금을 울리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환호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촌부는 인생의 굴곡을 지닌 구수한 목소리의 주인공 가수 현철의 노래를 듣자마자 어깨춤을 덩실덩실 출 것입니다. 어디 한 구석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은 멀리에서만 존경하는 것이(敬遠) 사람의 본능입니다. 물이 맑으면 오히려 물고기가 없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꼭 알게 되는 말이 혼네(本音, 진심)와 다테마에(建前, 태도)의 차이입니다. 겉으로는 친절을 베풀고 칭찬을 하지만(다테마에), 실제로는 혐오와 거부의 감정을 지닌(혼네) 일본인의 태도를 이해하여야 진정으로 일본을 이해할 수 있고, 일본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이란 그 말을 하는 언중(言衆)의 생활습관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나이스한(다테마에) 개새끼(혼네)는 실은 일본어를 배우면서도 그 의미 자체는 저절로 깨우치게 되지만, 현실에서 절절하게 그 의미를 완성하는 것은 재미있게도 드라마의 대사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미 30년 전에 신해철은 안녕이라는 노래의 가사에서 이런 의미를 담았습니다. 신해철의 안녕의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예쁘게 꾸민 미소만으로

    모두 반할 거라 생각해도 그건 단지 착각일 뿐이야

     

    나이스한(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예쁘게 꾸민 미소) 외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가식적인 것이고 진심이 담겨있지 아니합니다. 그것은 착각이라고 노래 속의 화자가 단정합니다. 그 뒤의 가사도 이러한 내용을 반복합니다. 나이스한(부드러운 손길 달콤한 속삭임) 외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외침에 이어 그것은 실은 개새끼(환상)라고 단언을 합니다. 노래 속의 화자는 이런 환상에 작별을 고합니다. 안녕이라는 것은 가식적인 사랑과 관계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노래 속의 화자의 의지입니다.

     

    부드러운 손길 달콤한 속삭임

    내가 원한 것은 그것만은 아니었지

    내가 사랑한 건 당신이 아니야. 내 환상일 뿐

    난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하지 않아

     

    https://www.youtube.com/watch?v=a8OeAyD2Txo

     

     

    하늘은 신해철에게 엄청난 재능을 주었습니다. 귀공자풍의 이지적인 외모에 더하여 비상한 두뇌, 그리고 어마어마한 음악적 재능까지 주었습니다. 대중가요의 수준을 높이는 나이스한 개새끼라는 인간철학을 담은 이런 빼어난 작사의 능력은 그가 지닌 악마의 재능의 완결입니다. 신해철 이전의 대중가요에서 안녕이란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 연인 간의 이별이 소재가 됩니다. 그런데 신해철의 안녕나이스한 개새끼라는 가식적인 관계의 청산을 노래합니다. 인트로의 베이스리듬도 무척이나 세련되었습니다. 신해철하면 한국 가요역사상 최고의 인트로인 그대에게를 작곡한 가수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안녕의 가사를 보면 신해철의 대단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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