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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우의 이 노래 : ‘사랑일뿐야’>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3.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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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경! 세상에 거울처럼 두려운 물건이 다신들 있을 수 있을까? 인간 비극은 거울이 발명되면서 비롯했고, 인류 문화의 근원은 거울에서 출발했다고 하면 나의 지나친 억설(臆說) 일까? 백 번 놀라도 유부족(猶不足)일 거울의 요술을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일상으로 대하게 되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가경(可驚)할 일인가?

     

    고 정비석 작가의 산정무한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입니다. 명문 중의 명문이고, 역대급 미문입니다. 지금 보면, 한자어투가 생경하기는 하지만, 유려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신들린 듯한 빼어난 풍경의 묘사는 탄성을 저절로 자아냅니다. 그런데 정비석 작가의 명경대에 대한 묘사가 유독 꽂히는 것은 명경대라는 거울로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비교질이라는 악마를 생생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비교라는 인간의 심리 자체는 본능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SNS 등에서 암약하는 비교질이라는 악마는 사람들을 더욱 물질주의의 나락에 빠지게 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명품소비 전 세계 1위라는 비극의 근원은 단연 비교질입니다. 한국 사회 특유의 체면이라는 말의 근저에는 비교질이라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교질 자체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언어이기에, 비교질이라는 감정은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감정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호감을 표현할 때도 연애의 시간에도 물질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포즈할 때도 명품이라는 물질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결혼생활에서도 아파트와 월급이라는 물질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까지는 나름 대중가요 속의 사랑은 꽤나 아날로그적이었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오글거리고 심지어 스토킹이라고 비난을 받을 만한 사랑의 표현방식도 당시까지는 먹어줬습니다. 잠시 김민우의 사랑일뿐야의 가사를 음미해 봅니다.

     

    언젠가 너의 집앞을 비추던

    골목길 외등 바라보며

    길었던 나의 외로움에 끝을

    비로소 느꼈던 거야

     

    이 노래속의 화자는 사랑하는 이의 집앞에서 하염없이 외등을 바라보며 기다립니다. 그러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요즘과는 달리 사랑하는 이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도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그리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나타나지 않는 상대를 애타게 그리는 동시에 진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방식의 애정표현 자체가 무턱이나 낯섭니다. 실은 미련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스토킹이라 불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절절함을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아날로그시대의 사랑표현법입니다. 그리고 김민우가 사랑일뿐야를 부르던 그 시절의 연애풍속도이기도 했습니다.

     

    SNS시대에는 이런 방식의 연애가 흔하지 않습니다. ‘사랑일뿐야가 불리던 아날로그시대의 사랑방식이 선이고 요즘의 사랑방식은 악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아날로그시대인 까닭에 요즘과 같이 완벽한 비교질이 범람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정비석 작가가 살아있다면 디지털코드로 무장한 SNS시대, 그리고 SNS식 사랑표현법은 슬프게도 연애포기, 나아가 결혼포기의 시대의 초석이 되었다고 한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Gh9lXmq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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