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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세민의 이 노래 : ‘흙에 살리라’>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8. 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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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초중반은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유례없는 고향시리즈가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 유명한 나훈아의 고향시리즈, ‘고향역’, ‘강촌에 살고싶네’, ‘머나먼 고향등을 비롯하여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 남상규의 고향의 강등 이루 셀 수 없는 고향시리즈가 발표되었습니다. 근대화, 그리고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가 대중가요로 승화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절부터 귀성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뉴스에 등장했습니다. 이촌향도(離村向都)라는 말이 교과서에서도 소개될 정도로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는야 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도 이 무렵에 발표된 곡입니다. 그리고 고향이 소재인 당시의 유행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대중가요로서, 왜 대중가요를 유행가라는 별칭으로 부르는지 그 이유를 증명한 곡이기도 합니다. 홍세민의 대표곡이기도 한 흙에 살리라는 당시 고향을 떠나 도시에 거주하는 이촌향도와는 정반대의 삶을 그린 곡입니다. 농촌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짓고 목가적인 인생을 그린다는 모습이 가사 전반에 잔잔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새마을운동이 달궈지던 무렵이어서 농촌의 변화와 더불어 농촌의 정착을 권장(?)하는 노래라고 소개를 받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MzkLpUkq9o

     

    그러나 새마을운동이 아무리 농촌을 변하게 했어도 지속적으로 농촌의 인구는 감소하였습니다. 그 추세는 21세기 현재까지 진행형입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농사로 밥을 먹고 부를 쌓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하이테크 시절임에도 아예 지방소멸화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면 갈수록 농촌은 상대적인 가난을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급기야 근자에는 농사 자체를 외국인근로자가 짓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실은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의 농부들은 경자유전의 원칙이 예정하는 자경농이 아니라 소작농 또는 머슴이 대세였습니다. 설사 자경농이라 하더라도 영세농이 대세였습니다.

     

    홍세민의 흙에 살리라속의 농부도 자경농인 듯하지만, 부농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겉으로는 낭만과 서정을 누리는 것으로 묘사하지만, 실은 농협의 부채에서 신음하는 농민일 수 있습니다. 실은 그 당시는 물론 현재의 농촌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영농을 아예 대기업에 맡기자고도 말합니다. 삼국시대 이래 우리 농토는 대기업에 비견되는 거부들이 독점했습니다. 대기업이 농촌에 진출하면 농민들은 거의 농노로 전락합니다. 헌법에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규정한 것은 다 역사적 교훈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중가요 중에서 농촌이나 귀향, 그리고 고향이 소재가 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실은 이런 일련의 말들 자체가 어색하기도 합니다. 만약 에스파의 카리나가 흙에 살리라를 부른다면 정말 어색할 것입니다. 1970년대에는 핫하던 고향 소재 대중가요가 지금은 진부하고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1970년대로 카리나가 타임머신을 타고 건너가서 흙에 살리라를 부르면 최신인기가요가 됩니다. 그러나 농촌의 소멸이 거의 매일 언론에서 기사화되는데, 어떤 가수가 흙에 살리라는 노래를 부른다면 그 가수의 정신상태를 의심할지도 모릅니다.

     

    흙에 살리라는 농촌이라는 소재로만 대중가요 속의 유행, 즉 시대상을 포착할 것은 아닙니다. 홍세민 스스로도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홍세민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에 사장님 풍채를 지닌 몸집이 좋은 가수로 유명했습니다. 덩치가 크면 당시에는 풍채가 좋다’, ‘사장님 풍모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급기야는 뚱뚱한 체형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코미디언 고 이기동의 뚱뚱한 체형이 그 시절에는 인기를 끈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뚱뚱한 체형은 당연히 기피의 대상이고, ‘풍채라는 말 자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차라리 사장님 포스라는 표현을 씁니다. ‘포스는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SF시리즈 스타워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 시절처럼 영어 등 외래어를 배격하자는 사회적 풍조도 아니고, 오히려 한자어투 말을 쓰면 고리타분한 사람이라고 지적을 받습니다.

     

    홍세민이 흙에 살리라를 부를 무렵에는 이촌향도라는 당시의 시대상과 역행하면서도 농촌지킴이로서 농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았기에, 전 국민의 동감을 얻으면서 빅히트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리듬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사부터 소재까지 시대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 공감을 얻기도 힘듭니다. 농촌에 남은 청년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일부 귀촌민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다수가 귀촌에 실패하여 인생의 실패를 맛보는 상황에서 흙에 살리라라고 노래를 부른다면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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