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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의 이 노래 : ‘해변의 여인’>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8. 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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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입니다. 석양이 지는 바닷가를 거니는 먼진 외모의 여인을 바라보는 노래 속의 화자가 감동(!)을 하는 것이 주된 플롯입니다. 아마도 노래 속의 화자는 20대의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이성에 대한 본능적인 호감을 노래로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풍이 잔잔하게 여인의 머리카락을 날리는 것을 보면서 여인의 성숙한 외모에 감탄을 하는 것이 노랫말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nOs-ngAvjg

     

    해변의 여인속의 묘사는 해변을 걷는 여인의 수려한 외모에 그치고 있지만, 그 노래를 현실로 그대로 옮긴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척이나 저급한 표현이지만, 수려하고 세련된 해변의 여인을 바라보던 20대의 팔팔한 청년이, 거의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낯선 바닷가에서, 감탄만 하고 그냥 끝내는 경우는 적어도 1970년대에는 없었습니다. 작업멘트를 거는 것이 당연한 연애의 정석으로 그 시절에는 이해했습니다. 그 시절의 해변에는 지금은 사어가 된 야외전축, 일명 야전으로 해변의 밤의 분위기를 돋구고 뜨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을 낭만이라 불렀습니다. 해변에서의 추억이란 당연히 추억만들기또는 애인만들기로 이해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1990년대 중반까지 바캉스철이면 통용되던 추억만들기또는 애인만들기라는 말 자체가 거의 사어가 됐습니다. 윤다훈을 스타로 만들어 준 멘트, ‘작업 들어가기도 지금은 거의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실은 마음에 드는 해변의 여인에게 작업을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스토킹처벌법으로 곤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 수려한 외모의 해변의 여인은 스토킹처벌법이 있기에, 자기의 기준에 한참이나 미달되는 남자를 거를 수 있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본인의 이상향에 근접한 남자가 작업을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본능에 충실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요즘에는 연애하는 20대 자체가 20% 내외인 것이 사실이며, 이런저런 이유로 작업을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군부독재를 타도하자는 시위가 뜨거웠던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와도 많이 다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성을 갈구하는 청춘들이 음악다방에서 영화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사랑의 밀어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여름이면 음악다방에서는 해변에서의 뜨거운 인연을 회상하게 만드는 피서지에서 생긴 일(A Summer Place)’ost의 신청이 무척이나 분주했습니다. 그렇게나 암울했다던 군부독재시절이 지금보다 연애전선이 뜨거웠다는 것이 무척이나 역설적입니다. 실은 그 시절의 대중가요는 사랑 자체 홍수인 시대였습니다. 남진의 가슴 아프게의 가사는 이별이 쓰라려서 부둣가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아픔을 달랜다는 내용이고,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의 가사는 바다가 육지라면 배 떠난 부두에서 울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랑의 과장이 극대화되어서 그려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Re-k15Aa_8

     

    사랑의 감정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전쟁에서도 식지 않는 것이 사랑입니다. 헤밍웨이의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전쟁 중의 진한 사랑과 죽음이 하드보일드 문체로 그려집니다.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 중에서 총을 맞아 죽으면서 사랑의 감정을 진하게 느끼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미국의 팝이나 유럽의 유로팝과 같은 대중음악은 물론 서양의 문학작품에서도 꽃도 피고 사랑도 피는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대중문화의 산실을 넘어 어쩌면 인류가 종을 유지하는 원천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에서 수려한 여인을 보고 영감을 얻어 노래까지 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녀 간의 사랑이 무척이나 메말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중가요에서 사랑이 무척이나 낮설기까지 합니다. MZ세대는 오글거린다고 비난을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습니다. 영업이라는 현실을 볼 때도 차갑게 식은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변에서 이성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숫자가 갈수록 적습니다. 이성과 함께 스키를 타고 해외여행을 함께 하는 숫자도 줄고 있으며, 도심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이성과 데이트를 즐기는 숫자도 줄고 있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지하철, 기차, 그리고 버스는 물론 식당, 카페 등지에서 확인하였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젠더갈등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사랑공장에서 내뿜는 공해라고 비난을 받았던 대중가요 속의 사랑도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사랑이 두려워지는 시대입니다. 그저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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