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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시내의 이 노래 : ‘천년’>
    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3. 10. 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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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바지만 있지만, 여자는 바지와 치마가 있습니다. 정장, 하면 누구나 남자는 양복을 연상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저녁 종합뉴스의 남자 앵커는 양복으로 퉁칠 수 있지만, 여자의 정장은 재킷부터 원피스, 블라우스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가수의 무대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재킷 등 정장류와 티셔츠 등으로 연출한 캐쥬얼류로 양분할 수 있는데, 여자는 공주드레스부터 블라우스, 티셔츠, 원피스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시민생활을 넘어 연예활동의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간섭을 했습니다. 아이들 도시락에 혼분식을 해라, 치마길이나 머리길이도 짧게 해라, 외래어도 쓰지마라, 이런 류의 일상생활의 규제는 기본이었습니다. 연예활동에 있어서도 황당한 규제는 이어졌습니다. 드라마의 플롯이나 대사도 수시로 검열을 했으며, 영화의 표현에서도 당시 가위질로 불렸던 검열이 일상이었습니다. 가수들의 명칭도 국어를 사용하라는 황당한 규제를 했습니다. 대중가요도 금지곡이 난무하였고, 건전가요를 강제했습니다. 무대의상이라고 하여 예외일 리가 만무합니다. 남자가수는 양복을 꼭 입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여자들은 복장 자체가 자유롭다는 원천적인 이유로 무대의상에 있어서는 나름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에 활동한 가수들의 동영상을 보면, 남자들은 예외없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반면에, 여자가수들은 나름 자유분방했습니다. 이런 빈틈(!)을 완벽하게 정복한 여가수가 있으니 바로 그가 윤시내입니다. 윤시내는 허스키보이스가 진한 씩씩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실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무대의상으로도 탑을 찍은 여가수입니다. 윤시내는 돈을 벌어서 옷에만 투자하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멋쟁이였습니다. 혜은이, 이은하, 현숙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가수들은 대부분 옷이 그저그런 수준이었기에, 윤시내의 화려한 패션감각이 저절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칼라방송이 비로소 시작되었는데, 이전에도 화려한 무대의상의 윤시내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요즘 윤시내의 예전 활동을 담은 유튜브를 보더라도 패션감각은 단연 윤시내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에 옷을 못 입기로 유명한 이주일이 윤시내에게 옷이 몇 벌이냐고 당시 주말버라이어티쇼에서 묻기도 했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무대의상만 튀는 것으로 윤시내를 설명하자면 뭔가 부족합니다. 윤시내는 머리도 아방가르드했습니다. 윤시내가 등장하면 오늘은 어떤 패션으로 등장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윤시내는 노래도 튀고 패션도 튀었습니다. 윤시내는 열애’, ‘고독’, ‘천년등 두 글자의 히트곡을 연이어 냈습니다. 1980년도 후반에는 최성수가 동행’, ‘해후’, ‘남남등 두 글자 히트곡의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s_1z5WfJ0Y

     

     

    마주보는 기쁨 하나로 날이 가도 좋겠네. 태산 같은 믿음 하나로 달이 가도 좋겠네.

    그저 어깨에 내리는 한줄기빛일지라도, 그저 발끝에 머문 그림자뿐일지라도

    님이여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면 님이여 이몸 늙어도 천년을 살겠네.

     

    그 시절 사랑과잉시대의 가사라가도 할 수 있지만, 중후한 맛이 있어서 뭔가 격이 다릅니다. 윤시내의 또 다른 히트곡 열애에 이어 사랑을 뜨겁게 불태운 명곡입니다. 사랑을 쿨하게 묘사하는 요즘의 대중가요와는 이질적인 맛이 또렷합니다. 그 시대의 사랑은 선이고 요즘의 사랑은 악이라는 이분법은 부당합니다. 그러나 그 시대는 요즘과 같은 과격한 젠더갈등은 없었습니다. 갈수록 호전적인 젠더갈등은 이제 봉합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윤시내의 트레이드마크는 열창입니다. 감정을 깊이 녹여서 뜨거운 사랑을 불렀던 그 시절의 윤시내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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