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송대관의 ‘명동나그네’, 그리고 명동의 어제와 오늘>
    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3. 12. 31. 19:20
    728x90
    반응형

    미국프로야구(MLB)에서 존재하는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당 선수의 데뷔년도는 소속 구단 외 다른 구단에서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에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었지만, 2년차가 되면서 해당 선수의 약점이 누적되고 이를 다른 구단이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공략하면서 해당 선수가 부진에 빠진 경우를 지칭하는 징크스를 말합니다. 스포츠란 나도 상대를 연구하지만, 상대도 나를 연구한다는 정글같은 냉정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방증하는 징크스를 언급할 때 바로 이 2년차 징크스를 언급합니다.

     

    가수들에게는 2년차 징크스를 언급하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부적절합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프로스포츠선수들과 가수들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앨범(보통은 첫 앨범)으로 대박을 친 가수의 경우라면 차기 앨범의 히트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고, 실제로도 차기 앨범이 부진한 경우가 꽤나 많기에 프로스포츠선수들의 2년차 징크스와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차기 앨범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약이나 음주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에 자살까지 감행한 경우가 존재했다는 것은 대중문화가 발달한 모든 나라에서 발발한 비극이기도 합니다.

     

    오랜 무명의 시간을 한방에 날린 해뜰 날은 송대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노래였지만, 동시에 이 노래는 송대관에게는 엄청난 압박이었습니다. 후속곡의 히트여부에 따라 가수로서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후속곡 명동나그네해뜰 날과 비교하자면, 대박까지는 아니라도 중박은 확실했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명동나그네는 묘하게도 1970년대 후반의 서울 시대상을 확실하게 환기시키는 노래로서도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낯선 명동거리 밤은 깊어가니 오색 불빛들이 찬란하구나

    앞을 쳐다봐도 뒤를 돌아봐도 모두들 웃는 얼굴 흐뭇하구나

    어허야 허허야 어허야 허허허야

    나그네 가는 길에 빗방울만 자꾸 뚜뚜뚝 떨어지네

    어 허 허 ~~ 어 허 허

    고향을 떠나온지 몇 해나 되나 하고 손꼽아 헤어보니 아득하구나

    어머님 그리고 아버지 누나 동생 모두들 잘있는지 궁금하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RBWPxVxPUNg

     

    가사 자체는 단순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처럼 지명을 제목으로 쓰는 사례는 팝송의 경우에도 이미 1970년대까지만 사용되었습니다. 스콧 맥켄지의 그 유명한 ‘San Francisco’를 예로 들어봐도 지명을 제목으로 쓴 노래는 옛날 노래입니다. 현대 팝송은 물론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가요에서도 지명을 제목으로 쓰는 사례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주목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시절의 명동의 위상과 현재의 명동의 위상은 많이 달라져 있다는 점입니다.

     

    명동나그네가 만들어진 시점의 명동은 그야말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당시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드라마는 물론 뉴스에서 시내하면 당연히 종로, 광화문, 그리고 명동을 전제로 했습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언제나 뉴스의 소재로 활용이 되었습니다. 연인들은 덕수궁이나 경복궁의 데이트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절이었고, 대한극장에서의 영화관람도 주요한 데이트코스로 여겨졌던 시절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제일 비싼 땅값으로 당연히 명동 땅을 꼽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강남이 패션, 문화는 물론 경제의 중심지를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지인 시대입니다. 최고가 땅값도 이미 명동을 넘은 지도 오래전입니다. ‘경부축이라는 신조어는 강남을 전제로 생성된 단어입니다. 그래서인지 주현미의 밤비 내리는 영동교의 경우처럼, 대중가요의 세계에서도 강남이 명동을 대체하였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아예 대못을 박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나그네’, ‘아버지 누나 동생이라는 말도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나그네는 거의 사어수준으로 잘 쓰이는 단어가 아니며, 자식을 하나만 낳거나 아예 1인 가족이 대세인 시대에 가족의 명칭이 줄줄이 나오는 것도 뭔가 어색합니다.

     

    대중가요를 유행가요라고도 부르는 것은 유행을 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행을 타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해당 시대의 유행을 반영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명동 자체는 동일한 공간에 소재하고 있지만, 지금 명동은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 노점상 등이 바가지장사를 한다는 인상이 대중에게 깊이 박혀있습니다. 송대관이 명동나그네를 부를 당시의 위상이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