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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엽시계의 추억>
    7080 이야기거리 2020. 12. 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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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흐르면 자주 보이던 말도 사라지고, 문구도 사라진다. 과거 80년대 중후반까지는 입학 및 졸업선물로는 00시계~’라는 광고카피를 일간신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예물시계는 00시계~’라는 광고카피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라디오는 정시에 시보라는 것으로 시계광고가 들어갔다. 지금도 수정의 연인. 오리엔트 아나로그라는 cm이 귓가에 맴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산재를 입은 곳이 오리엔트시계공장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88fwATTqXwo

     

    위 광고를 보면, 당시 시계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금성(LG)코스모와 삼성의 카파가 광고에서 등장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7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이 광고 속의 시계의 가격이다. 무려 ‘79,200‘38,720이다. 당시 월급쟁이 중에서 10만원이면 대단한 고액연봉자로 꼽혔는데, 그 만큼 고가였다. 실제로 당시 목욕탕에서 시계 등 귀중품은 카운터에 맡겨주세요!’라는 문구가 아주 흔했다.

     

    그러나 한국의 양대 재벌기업인 LG와 삼성이 만들었던 시계는 이제 중소기업단위로 그 제조사가 다운사이징이 되었다. 그나마 제조사는 거의 사라지고 흔적만 존재한다. 위 광고에서 등장하는 오트론은 사라진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손목시계 자체가 사라졌는가? 그렇지는 않다! 명품시계로 불리는 시계는 차츰 쇠락의 길로 가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하다.

     

    나는 입학선물로 태엽시계를 선물받았다. 수동식으로 매일 감아야 했기에, 아침마다 등교 전에 태엽을 감는 것이 하루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 시계는 공교롭게도 오리엔트였다. 채깍거리는 소리가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귀찮을 정도로 손목에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날, 태엽을 감는 것이 너무 귀찮아 앞자리에서 자동감기(일명 오토매틱)기능이 있는 시계를 찬 친구와 딱 일주일만 바꾸자고 간청하여 바꿔차봤다. 그 이름도 못 잊는다. SEIKO5 Actus라는 모델이었다. 태엽을 감다가 자동으로 감기니 정말로 편했다. 그러나 묵직한 감이 그리 썩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그렇다. 자동이든 수동이든 태엽시계는 묵직했다. 그리고 팔 한쪽이 기우는 느낌이 드는지라 썩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하루에 1~2분씩 틀리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차는데, 시간이 틀리니까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인지 당시에 뜨거운 열풍이 불던 카시오 전자시계에 눈길이 갔다. 그러나 부모님이 사주신 시계를 버릴 수가 없어서 고등학교 때까지 차고 다녔는데, 물까지 들어와서 눈물을 머금고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오리엔트 전자시계를 얻어 찼다. 시간이 착착 맞고 가벼워서 너무나 좋았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카파시계의 위용은 계속되었다. 그때까지도 시계는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패션이라는 단어가 시계에 도입이 되었다. 고 최진실과 가수 이상우가 시리즈로 카파시계광고를 찍었다. 오리엔트에서는 갤럭시라는 고급예물시계 브랜드를 도입했다. ‘카리타스라는 브랜드의 아남시계광고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딱 그때까지였다. IMF사태로 삼성시계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에서 떨어졌다. TV속의 광고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했고, 시보도 없어졌다. 삐삐와 휴대폰의 등장으로 시계는 더욱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

     

    재미있게도 시계의 역사에도 헤겔의 변증법논리가 등장했다. 전자시계나 쿼츠시계의 맹위로 사라져가던 태엽시계가 디지털혁명의 파고를 넘고 역설적으로 감성이라는 단어를 들고 스위스의 명품시계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 무겁고 시간도 안 맞고, 오버홀로 불리는 분해소제를 거쳐야 하는 비싸고 비효율적인 태엽시계라니!

     

    롤렉스시계는 블링블링하다. 딱 봐도 멋이 넘친다. 그러나 막상 차면 무겁다. 그리고 땀이 차면 냄새가 고역이다. 비싼 값치고 가성비는 그냥 그런 수준이다. 명품시계는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바로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명품시계는 대부분 태엽시계다. 실은 태엽시계가 아니면 명품시계로 부르기가 민망한 것이 퀴츠시계나 전자시계다. 나는 이미 40년 전에 태엽시계의 문제점을 깨달았는데, 21세기에 태엽시계의 열풍이 부는 것이 솔직히 당황스럽다.

     

    명품시계를 왜 찰까? 그것은 물욕과 명예욕이라는 인간의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혹자는 자기만족이라는 단어로 포장을 한다. 공자는 이미 2,500년 전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人不知而不溫 不易君子)라고 갈파를 했다. 자기만족의 감정에는 물욕과 과시욕이 있다. 인간의 본능이 과시욕인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말이다. 그냥 자랑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명품시계에 대한 욕망을 낳는 법이다. 현대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데, 그러한 것을 전부 배제한 자기만족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최근의 기사를 종합하면, 애플의 애플와치가 스위스시계 전체 판매량을 초과했다고 한다. 실은 스위스시계의 명성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고, 명품시계시장을 통해서만 그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상황이다. 태엽시계는 그냥 불편한 이기에 불과하다. 명품시계애호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명품시계시장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파이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일반대중은 이제 시계를 필수품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휴대폰이 시계 자체를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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