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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파 드라마의 봄날은 다시 올 수 있을까?>
    7080 이야기거리 2021. 1. 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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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PD협회장을 지낸 고찬수PD는 나와 고교 동문이다. 고교시절부터 막역한 사이였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어느 날, 고찬수 PD는 공중파방송국의 드라마(공중파드라마)에 대하여 한탄을 했다.

     

    - 나 같은 선수(PD)는 드라마를 볼 때, 꼭 제작비의 견적을 뽑아보는 습관이 있어. jtbctvN의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 우리(KBS)가 만드는 드라마 제작비의 거의 두 배 가까이 쓰는 것이 보여. 그러니 애시당초 경쟁이 안되는 거야. 거기다가 넷플릭스가 밀고 들어오면 공중파드라마는 그냥 망하는 거야.

     

    고찬수 PD의 예언(!)대로 공중파드라마는 망해가고 있다. 광고판매율이 지속적으로 격감을 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실은 종편과 유선방송,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퀄리티가 높은 드라마에 필적하려면 공중파의 기존의 제작방식과 제작비용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 옛날이여!’를 지금에서 외쳐봐야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과거에 공중파방송국은 땅짚고 헤엄치는 수준으로 드라마를 제작했다.

     

    70년대와 80년대를 대표했던 드라마 전우’, ‘수사반장’, 그리고 전원일기를 각각 보자. 다른 것은 차치하고 모두 방송국 내부의 셋트에서 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사반장의 수사본부는 방송국 내부의 스튜디오의 셋트였기에, 조사실 문을 열면 합판으로 대충 만든 벽이 흔들거린다. 당시 경찰서 내부와 비교해도 엉성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수사반장은 방송국 내 셋트에서 대부분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셋트마저 엄청난 재활용을 해서 어느 날은 나이트클럽 사무실이 어느 날은 댄스교습서의 사무실로, 또 어느 날은 평범한 회사의 사무실로 무한정 변신(?)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e-5MGu8dqI

     

    https://www.youtube.com/watch?v=64Tz3HYgXBs&list=PL_CtvWhWXMPOo6aN6nzK39yDOqwzb4D--

     

    https://www.youtube.com/watch?v=AQ06y8rOuV8

     

    전원일기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주야장창 등장하는 김 회장(최불암 분)의 자택은 아예 방송국 내부의 셋트다. 살짝 닿기만 하면 방 안의 벽체가 무너질 것처럼 엉성하기 그지없다. 무늬만 드라마이지 실제로는 연극무대와 크게 차이가 없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드라마로 엄청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과점체제로 운영되어 경쟁 자체가 없었기에, 방송국은 손짚고 헤엄을 칠 수가 있었다.

     

    국민영웅으로 등극했던 고 나시찬이 열연했던 전우라고 다른 것이 없었다. 당시에 인민군으로 분한 엑스트라들 상당수가 현역 사병인 것을 아는가? 그랬다. 반공이 정권의 유지수단이었던 상황에서 각군의 장병들은 정권차원에서 전우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라면 군말없이 출연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수준과 비교하면 당시의 전우의 퀄리티는 참담한 수준이다.

     

    인민군의 주력무기였던 소련의 모신나강 소총은 거의 찾기가 어렵다. 국군의 주력무기는 딱 8발짜리 탄창을 가진 미군의 m1 개런드 소총이었는데, 아무리 총을 쏴도 도무지 탄창을 가는 장면이 없었다. 그냥 무한발사의 연속이었다. 국군이 대충 쏴도 죽어나가는 인민군은 총상의 흔적도 없고, 피를 흘리지도 않고 그냥 죽어나갔다. 아무리 멀어도 국군이 던지는 수류탄은 백발백중 인민군을 타격했다. 전쟁이 아니라 거의 날조수준이다.

     

    이렇게 엉성했던 드라마가 과거에는 국민드라마였다. 방송국은 거의 투자라는 것이 없었다. 어항에 가둔 고기와 비슷한 처지의 국민이었기에, 퀄리티를 높이지 않아도 울며 겨자를 먹는 것처럼 국민들은 공중파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가요계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이 가수를 보려면 공중파 외에 리싸이틀쇼(예전에는 콘서트리싸이틀쇼라 했다), 아니면 밤무대였다. 리싸이틀쇼나 밤무대는 공중파에서 인기를 끌어야 비로소 출장이 가능하기에, 공중파방송국은 가수에게는 배우(당시에는 방송국 드라마의 배우를 탤런트라 불렀다)와 마찬가지로 저승사자 비스레한 슈퍼갑이었다.

     

    다음은 1977‘10대가요제이다. 연말이면 드라마를 비롯한 연예대상과 각종 가수상이 공중파의 메인프로그램으로 등장했는데, 그 시청률이 어마어마했다. 보신각타종 전에 행해지는 연예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그 어떤 프로그램에 못지않은 뜨거운 인기를 가졌다. 모두 독과점체제의 힘이었다. 10대가수제의 경품추첨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엽서추첨이었는데, 엽서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aob-hcSvuE

     

    예전에는 연예인은 방송국에서 시키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했다. 슈퍼갑에게 미움을 받으면 그냥 밥줄이 끊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는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다. 연예인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캐쉬카우로서의 연예인의 힘은 그 관계를 역전시켰다. 스타파워는 공룡 연예기획사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스타출연료는 공중파의 힘을 무장해제시켰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드라마에는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가 출연을 기피한다. 그래서 공중파드라마의 부활은 머니게임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현실이다. 공중파의 수입구조는 갈수록 열악해진다. 광고주는 광고를 할 공간이 차고넘친다. 과거처럼 공중파에 목을 멜 필요가 사라졌다.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서 퀄리티가 높은 드라마를 제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KBS는 그나마 수신료의 인상으로 길을 찾았다. MBC는 오리무중이다. SBS도 비상경영으로 오락방송으로 더욱 과감한 변신을 시도중이다. 공중파에서 사극이 사라진 이유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중파의 경영 자체가 어렵기에 공중파드라마의 봄날은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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