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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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음자리의 이 노래 : ‘바다에 누워’>7080 가수 2021. 7. 30. 13:52
1988년 신해철이 이끄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끝으로 대학가요제 입상곡이 대중가요의 히트곡으로 등극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각종 가요제 입상 모음 앨범은 거의 자동적으로 베스트셀러 앨범으로 등극하였고, 각종 가요순위에서 정상을 오르내렸습니다. 실은 정식으로 가요제가 진행도 되기 전에 출품곡 전체가 녹음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에피소드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높은 음자리의 ‘바다에 누워’는 대학가요제의 인기가 절정일 무렵의 노래입니다. 특히나 이 노래는 매년 여름이면 사그라들었던 인기가 다시금 뜨거워지곤 했습니다. 여름하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바다가 떠오르기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바다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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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들의 이 노래 : ‘십오야’>7080 가수 2021. 7. 28. 13:43
노름꿈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첫끗발이 개끗발이다.’ 노름판에서 전설처럼 이어져 오는 명언으로 ‘노름꾼은 끝에 일어서 봐야 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처음에 시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영어의 초심자의 행운이라 번역이 되는 Beginner's Luck과 비견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수에게는 매 앨범 하나하나 전쟁터의 승전과 유사합니다. 앨범 하나 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흥행에 실패하면 자칫 가수인생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 앨범에서는 흥행을 하다가 그 흥행이 전부인, 즉 첫끗발에서 멈춘 가수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특히나 첫 번째 앨범에서 대박을 낸 가수들이 후속앨범에서 대박을 내기는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팝에서도 ‘on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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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영의 ‘찬비’ vs. 윤정하의 ‘찬비’>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7. 25. 17:49
저에게는 누님이 두 분 계십니다. 큰 누님이 윤정하의 ‘찬비’를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예전에 갱지(일명 ‘똥종이’)로 된 연습장에 ‘찬비’의 가사를 직접 적곤 했습니다. 그러더니 아예 ‘찬비’의 가사가 겉표지에 적힌 연습장을 사기도 했습니다. 큰 누님의 감성이 충만한 시절이라 이해가 되는데, 그 시절 윤정하가 부른 ‘찬비’를 듣노라면 특유의 감상적인 분위기와 찬비에서 연상되는 고독과 쓸쓸함 등의 감정이 이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찬비’라는 노래는 윤정하의 목소리와 분위기의 최적의 조합인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하수영이 문제의 ‘찬비’를 부르는 것을 듣고 요즘 말로 확 깼습니다. 왜 윤정하의 ‘찬비’를 하수영이 부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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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과 삼태기의 이 노래 : ‘고려청자’>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1. 7. 24. 16:22
대중가요는 대부분 곡으로 승부를 보며 가사는 부차적인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가사가 월등하게 빼어난 것이 있습니다. 송창식의 ‘푸르른 날’이 대표적인 수작인데, 단 한번만 들어봐도 가사가 기가 막히다는 느낌이 팍 들어옵니다. 그렇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시작(詩作)의 능력 하나만 놓고 보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서정주가 작사한 곡이 바로 ‘푸르른 날’입니다. ‘푸르른 날’은 곡도 아주 잘 쓴 곡이지만, 가사 하나만으로도 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품 가요입니다. 강병철과 삼태기는 요즘에는 저작권 때문에 전혀 들을 수 없는 메들리곡으로 뜬 중창단으로 지금은 강병철과 삼태기라는 이름 자체가 거의 잊혀졌지만, 이들이 부른 노래 중에 ‘고려청자’라는 발군의 가사가 실린 노래가 있습니다. 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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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의 이 노래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1. 7. 21. 12:06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그 사람과 연령이 유사한 집단도 대동소이한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추억의 보정효과, 즉 과거를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의 본능이 있어서 자신이 심취했던 시절의 노래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흘러간 옛 노래’를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세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입니다. 그러나 노래 자체를 놓고 보면, 꼭 그렇게 평가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나훈아의 ‘18세 순이’는 나훈아가 아끼는 히트곡이지만, 가사 속의 내용처럼 ‘18세 순이’를 무작정 쫓아다녔다가는 스토커범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황금심 등 원로가수들이 부른 ‘나는17살예요’를 요즘 가수가 부르면, 여성단체 등에서 맹렬한 비난을 받기가 십상입니다. 실은 그 이전에 가사 자체가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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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밭두렁의 이 노래 : ‘다락방’>7080 가수 2021. 7. 20. 13:44
모차르트가 부모 몰래 열심히 피아노를 치던 공간, 안네 프랭크가 생존투쟁을 벌이면서 미래의 희망을 놓지 않은 공간, 6.25시절에 인민군의 피습에 국군이 민가에서 몸을 숨기던 공간. 모두 다락방입니다. 이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세가 된 21세가 한국이라 다락방이 집에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단독주택이 아니면 다락방을 두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논두렁 밭두렁의 대표곡인 ‘다락방’은 20세기 한국적인 풍습을 담고 있다고 단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중가요에서 생활풍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락방이라는 말 자체가 과거의 주거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은 그 명칭부터 세련된 도시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대표곡인 ‘다락방’도 뭔가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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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령의 이 노래 : ‘원더우먼’>7080 가수/7080 여자가수 2021. 7. 20. 10:49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변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도리어 우스운 감이 드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도 꽤나 많습니다. 아무튼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 것으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것들이 방송에서 꽤나 많습니다. 과거 1970년대 주말의 황금시간대에 ‘타잔’, ‘소머즈’, ‘원더우먼’ 등 외화시리즈가 방영된 것, 대학가요제 출품곡이 베스트 앨범이 된 것, 빌보드차트 상위권 팝송이 국내에서 테이프로 특수제작된 것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한국의 대중문화가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과거 TBC에서 방영했던 ‘원더우먼’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황금시간대에 방영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드라마는 주로 스튜디오촬영으로 이루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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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의 이 노래 : ‘해변의 여인’>7080 가수/7080 남자가수 2021. 7. 16. 17:32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름하면 바캉스, 바다, 계곡, 야영 등 야외 피서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피서지에서의 추억은 누구든지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해외여행 자유화시대이지만, 1970년대는 해외여행은 아무나 갈 수 없었습니다. 외화낭비라는 이유로 여행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를 했던 시대였습니다. 황당하다고 생각할 분이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무튼 1970 ~ 80년대 피서지의 대명사는 단연 바다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다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의 압도적 다수가 여름바다입니다. 여름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기도 하지만, 피서지에서 마시는 소주는 단연 꿀맛입니다. 소주가 한잔 거나하게 들어가면 노래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해변에서 알딸딸한 김에 ..